[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 종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후 73일 만이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최종 변론이 마무리 된후 최종 선고는 전례에 비춰볼 때 3월 중순경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가릴 실체적 쟁점은 지난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했는지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비상계엄 요건 충족', '계엄 선포 과정',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투입', '정치인 등 체포지시' 등 4가지의 핵심쟁점에 대해 헌재가 위헌·위법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계엄, 중대한 위헌·위법 판단 쟁점은?
헌재는 25일 11차 변론기일에서 증거조사 후 청구인 측인 국회와 피청구인 측인 윤 대통령 대리인단에 최종 진술 기회를 부여한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각각 최종 의견을 진술하면 변론이 마무리된다.
이후 헌법재판관들은 의견을 나누는 평의를 거쳐 최종 선고 기일을 지정하게 되는데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사례를 감안하면 3월 중순경 최종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청구인 측인 국회는 12·3 비상계엄은 헌법이 정한 계엄 선포 요건에 맞지 않고 윤 대통령이 군과 경찰을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를 침탈하려 시도한 만큼 대통령 파면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피청구인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야권의 줄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무 피해 없이 끝난 평화적 계엄이라며 탄핵소추를 기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헌재가 △계엄 요건 충족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절차적 정당성 △국회 및 선관위 계엄군 투입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에 대해 위헌·위법 판단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쟁점1] 계엄요건에 부합하는가
핵심 쟁점 가운데 한가지는 12·3 비상계엄이 헌법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했는가이다.
우리 헌법에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의 '줄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국정이 마비될 지경이었으므로 국가비상사태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용현 전 장관은 지난 1월 23일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야당의 국정 침탈이 마비 수준을 넘어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한 지경이었다"며 "비상계엄의 형식을 빌려 망국적 위기 상황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예산 삭감 상황을 보며 대통령으로서 묵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했다"며 "(해결 수단이) 비상계엄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계엄 선포를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당시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고 병력을 투입할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고 반박한다.
이와 관련해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당시 국무위원들이 모두 계엄을 만류했다고 증언한 것을 감안하면 객관적으로 계엄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11일 7차 탄핵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에게도 "그건 절대 안 된다"며 "무슨 비상계엄인가"라는 취지로 말했고, 몇몇 수석들도 그런 취지로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쟁점2] 국무회의 적법성.. 한덕수 등 "절차적 하자 있어"
계엄 선포의 절차가 지켜졌는지도 쟁점이다. 법적으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이를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
국회 측은 당시 국무회의가 5분가량 열렸을 뿐 회의록이나 안건도 없어 제대로 된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국무위원의 부서나 국회 통고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국무회의에서 실질적 심의가 이뤄졌고 회의록 작성은 사후·부수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 국회 통고를 비롯해 일부 절차 미비가 있더라도 중대한 위법은 아니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7차 변론에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서 부서는 국방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이 하는데, 당시 부속실 실장이 일단 만들어놓고 서명을 받았다"며 "그러나 총리가 '작성 권한과 책임이 국방부에 있으니 국방부에서 결재가 올라오는 게 맞는다'라고 했는데 국방부에서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드시 사전에 (부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보안을 요하는 국법상 행위에 대해서 사전에 (결재를) 요한다면 문서 기안자인 실무자가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사후에 전자결재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대해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며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다"고 증언했다.
이 역시 당시 국무회의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직접적인 증언이어서 윤 대통령에게는 불리하다.
[쟁점3] 국회 및 선관위 계엄군 투입 이유는?
계엄 당시 국회와 선관위에 계엄군이 투입된 것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은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국회 계엄군 투입은 질서 유지 목적이었기에 의원들은 들여보냈으며, 빼내라고 한 것은 의원이 아닌 요원(군인)들이었다는 논리를 폈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막으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6일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 측 변호사가 '대통령이 계엄 당일 데리고 나오라 한 대상은 의사당 안에 있는 의원들이 맞나'라고 묻자 "정확히 맞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 빨리 문을 열고 들어가 의원들을 데리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은 게 맞나'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나머지 사령관과 조지호 경찰청장도 수사기관에서 유사한 취지로 진술했고 이들의 조서는 증거로 채택됐다.
[쟁점4] 정치인 체포 지시.. '홍장원 메모' 결정적
탄핵심판에서 가장 뜨겁게 맞붙었던 쟁점은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 여부이다.
정치인과 법조인 등 '체포 대상자 명단'이 있었다는 의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 당시 적었다고 주장하는 메모를 근거로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고 메모의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이들에 대한 동향 파악, 위치 확인 수준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이 독단적으로 한 일이고, 윤 대통령은 간첩들을 '잡아들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는 체포 대상자 명단이 실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홍 전 차장의 진술을 믿을 수 있고, 김 전 장관도 '동정 확인'을 위해 주요 정치인 명단을 방첩사에 알려줬다는 사실은 시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9차 변론 당시 국회측은 '소추 사유 입증을 위한 증거’로 조지호 경찰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일부를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또, 조 청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계엄 당시 첫 번째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동현 판사를 포함해 15명을 불러줬고 두 번째 통화에서 "한동훈 추가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與 "탄핵 선고시 더 큰 갈등" 野 "파면은 필연"
여야는 헌재를 향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더 큰 갈등이 생길 것이라며 기각을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기자회견에서 "헌재의 결정은 성역이 아니다. 헌재의 결정도 비판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이대로 헌재가 탄핵선고를 내리면 이미 탄핵 찬반으로 갈라진 나라가 더 큰 갈등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헌재는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법치에 입각한 공정한 절차를 어겼기 때문"이라며 "인용이든 기각이든, 법률에 따른 공정한 절차에 입각해 판결이 내려져야 국민이 마음으로 승복하고 신뢰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헌재가 한덕수 (대통령) 대행과 최재해 감사원장 등 국정안정에 시급한 주요 인사들부터 조속히 기각결정을 내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탄핵 심판 대상자들의 방어권과 인권을 충분히 보장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법부 전반에 걸친 국민적 불신의 중심에는 우리법연구회 사법 카르텔이 있다"며 "국민의힘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우리법연구회 카르텔의 사법독점을 해소하는 사법개혁을 본격 추진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소는 국민의힘과 극우세력들의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헌법과 상식에 근거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의 행태를 보면 윤석열이 복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를 쫓는 것"이라며 "윤석열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파멸의 길로 내모는 것이다. 합리적인 이성과 상식에 기초할 때 윤석열 파면은 필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헌재가 기각을 결정하면 앞으로 어떤 대통령도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지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정치인과 국민을 체포하고 살해해도 괜찮은 나라가 될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겠냐"며 인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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