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지난해 보험사들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5대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7조40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5개 손보사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하며 회계기준 변화 효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 순이익도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반영된 탓이다. 무·저해지 상품은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편인데, 보험사로서는 중도해지 시 환급금을 거의 돌려주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적립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해당 상품 해지율이 높을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의도적으로 해지율을 높게 가정해 무·저해지 상품의 수익성을 높게 산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할 것을 권고했으며, 이에 가용자본이 줄어들며 지급여력비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지급여력비율이 가장 크게 하락한 보험사는 NH농협손해보험이다. NH농협손보는 지난해 연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75.75%로 전년 대비 141%p 하락했다. 삼성생명은 약 39%p 하락한 180%, 신한라이프는 44%p 하락한 206.8%, KB손보는 27,8%p 하락한 188.1%, KB라이프는 64.5%p 하락한 265.3%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 159.77%를 기록한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밑돌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은 건전성을 사수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흥국생명은 최근 수요 예측을 마치고 이달 28일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KB손해보험은 다음 달 최대 5000억원의 후순위채를, 현대해상은 최대 8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한화생명은 최대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며, 신한라이프, DB손해보험, DB생명 코리안리도 올해 내에 자본성 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는 4월 초까지 보험사들의 자본성 증권 발행 규모는 4조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들이 이자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본 확충을 위해 자본성 증권 발행에 나서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올해 이미 발행을 마친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4.1~5.0%의 금리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해 가용자본이 줄고, 시장금리 하락,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등으로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금리 부담과 발행 비용 등이 향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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