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상원기자]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반도체까지 중국에 밀리면서 첨단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반도체 핵심 기술 5개 분야 중 4개 부문에서 중국에 이미 추월당했고,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도 중국과 동등하거나 추월 직전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고용량 메모리와 센싱, 반도체 패키징 부문에서 지난 2023년까지 한국이 중국을 앞섰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 중국에 따라 잡혔거나 추월당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분야에서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독자 기술 확보로 세계 선두권 업체들을 앞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오픈AI를 앞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딥시크 같은 중국 기업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기업들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장악하고 있는 반도체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올 것이란 점이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고집적 메모리와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력 반도체, 차세대 고성능 센싱 등 4개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졌고 첨단 패키징 기술 부문에서만 겨우 중국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엔비디아 같은 거대 수요처는 미국 트럼프행정부가 접근을 막고 있어 당분간은 유지가 되겠지만 유럽과 제3국 첨단 반도체 수요는 중국기업들이 싹쓸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엄청난 연구개발비 투입과 실리콘밸리의 톱클래스 엔지니어들이 속속 귀국하면서 예측이 불가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애플 출신 중국 엔지니어 왕환위가 모교인 화중과학기술대학교의 집적회로(CI)학과 교수로 자릴 옮겼다. 왕 교수는 애플에서 맥북과 아이패드 프로·에어에 사용되는 애플 자체 설계 프로세서 M3·M4 등과 시스템온칩(SoC) 연구개발에 참여했다. M3는 애플 프로세서 중 최초로 3나노(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공정이 적용된 프로세서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연구기업 딥마인드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우융후이도 최근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교수로 종신재직권을 보장받았으나 2020년 중국으로 돌아갔다. 최근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컴백한 쑨난은 4년간 최첨단 칩 50개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수 년 전부터 중국발 한국 반도체산업 위기는 예고됐지만 오히려 국내 인력과 기술마저 중국에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초. 원천 기술 연구와 설계 기술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뒤처져 있어 앞으로의 경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의 40% 가량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중국기업에 내 줄 가능성이 높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23년 기준으로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하며, 2021년에는 25%에 달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치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창신메모리, 양쯔메모리 등 기업들이 저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수출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삼성전자가 과감한 구조적인 개혁을 못 하는 이유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반도체 청문회를 통해 이재용 회장 등을 불러 질문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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