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한준)가 23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 도입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특히 매입임대 정책이 공급을 늘리는 것인지, 수요를 늘리는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세금을 투입하는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인 원희룡 전 장관은 "내 돈이면 안 산다"며 매입임대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매입임대 확대, 공급정책인가 수요정책인가
LH는 주택 공급 불안을 해소하고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주택 시장의 실질적인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대책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정책 실적 부풀리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공급을 늘리는 것인지, 기존 주택을 사들여 수요를 촉진하고 이로써 집값을 끌어올리거나 떠받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특히 지방 미분양 아파트 3000 가구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은 공공의 자금으로 민간의 실패를 떠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 기관이 매입하는 것이 과연 주거 안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 부족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공공이 매입한다고 해서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건설 경기 부양책...전형적인 부동산 카르텔 수법
이번 매입임대 확대 정책은 주거 안정보다는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수단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대규모로 기존 주택을 매입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건설사들의 부담을 줄이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러한 방식이 반복될 경우, 건설사들은 시장 논리에 따른 정상적인 분양보다 공공 매입에 의존하는 왜곡된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한마디로 이는 부동산 카르텔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속적으로 매입임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신축 약정'이 이뤄지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LH 내부에서도 심각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LH 노조는 이한준 사장의 경영 방식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으며, 특히 특정 부서에 대한 승진 집중과 조직 내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면 LH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매입임대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LH의 매입임대 확대 정책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현재 추진 방식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 추진에 앞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과 같은 시장 개입이 적절한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세금을 투입해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 아닌, 장기적인 주택 공급 안정화를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LH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숫자 채우기가 아니라, 공공주택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조직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LH가 진정한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매입임대 확대 정책을 보다 신중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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