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부산‧경남은행이 마지막 사업 주체로 참여한다. 모회사인 BNK금융그룹이 퇴직연금 전산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면서다.
두 은행이 늦깎이로 합류하는 만큼 시장 상황이 만만하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들로 실물이전 자금이 몰리고 있는 데다 은행들도 적극적인 재정비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같은 현실을 두 은행도 모르는 건 아니다.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는 만큼 강점들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 선도적인 수수료 면제‧할인 및 사전 지정된 목표지수 도달 시 자동 환매 처리되는 기능 등이다.
자체 전산 개편으로 지연된 실물이전 개시
부산‧경남은행은 오는 4월 29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다른 실물이전 퇴직연금사업자 44개를 살펴보면 부산‧경남은행 등을 제외한 37개사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말은 앞서 당국이 제시한 실물이전 시스템 출시 목표 시점이다. 이보다 시기가 늦어진 금융회사들도 없지는 않지만 부산‧경남은행은 그중에서도 가장 늦은 편이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BNK금융그룹 자체적으로 차세대 퇴직연금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기간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해당 시스템 개발 기간이던 지난 2023년 말 실물이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포함한 서비스를 당국이 목표한 시기에 맞추기 어렵게 되자 두 은행은 오는 4월에야 실물이전을 개시하기로 당국과 협의했다.
두 은행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개발 절차에 들어간 차세대 퇴직연금 시스템 자체는 1년 뒤인 지난해 6-7월에 오픈했다. 이후 두 달간 안정화 과정을 거친 뒤 지난해 11월부터 실물이전 사업에 착수했다.
은행‧증권사 경쟁, 이미 치열한 분위기
4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실물이전 제도가 열리면서 금융권은 고객 유치에 불을 붙이고 있다. 보험상품은 실물이전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은행과 증권사가 고객 유치를 두고 경쟁구도를 이루는 양상이다.
증권사는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국내 14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3조9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성장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적립금은 29조1945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기준 전년보다 22.9% 증가했다. 3위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15조8184억원으로 적립금이 2조8548억원 추가 유입되면서 전년 대비 2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투증권 자리를 노리는 4위 삼성증권의 적립금도 28.1% 늘었다.
은행 전유물이었던 퇴직연금 시장에 증권사가 치고 올라오는 기세를 보이면서 은행들도 퇴직연금과 관련된 조직을 개편하거나 제도를 손보는 모습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12개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25조7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성장해 증권사 성장세에 못 미쳤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0일 신한SOL뱅크 앱 ‘나의퇴직연금’을 리뉴얼했다.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상담체계를 구축하고 자산관리 컨설팅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연금자산 현황을 종합 진단하는 ‘하나더넥스트 연금 플래너’를 내놨다.
오픈 이벤트 및 수수료 혜택 등
경쟁이 이미 치열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뒤늦게 실물이전 서비스를 개시하는 부산‧경남은행에 필요한 건 차별화다. 주로 퇴직연금 전면 개편에 따른 내용이지만 고객 유치에는 기여할 수 있다.
후발주자로서 두 은행은 공통적으로 5차년도부터 20% 수수료 할인율 적용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비대면 계좌 신규 개설시 수수료 면제, 목표 주가지수 도달 시 자동환매 기능을 업계 최초로 탑재한 점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개별로 보면 부산은행은 업계 최초로 한국투자증권에서 도입한 상장지수펀드(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모바일뱅킹에 탑재해 입금된 돈이 자동으로 ETF를 매수하도록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는 확정기여형(DC)‧IRP일 경우 가능하다.
이밖에도 확정급여형(DB)은 기업 담당자가 비대면으로 재정검증을 신청해 결과 안내까지 원스탑으로 받도록 자동화 기능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 점, 적립 수준을 DB 가입자가 모바일 뱅킹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한 점 등이 차별점으로 강조됐다.
경남은행은 수익률 자체를 강점으로 보고 있는데 실제로 상위권 수준이다. 경남은행의 원리금비보장상품 수익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개 은행권 퇴직연금사업자 내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DC는 16.01%로 1위, IRP는 14.37%로 2위였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질의에 “퇴직연금의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져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은 은행권 내 공통적인 사항”이라면서도 “부산은행은 엄격한 상품 심사를 통해 수익 성과가 좋은 투자 상품을 제공해 고객들이 안정적인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운영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부산‧경남은행은 오는 4월 말 실물이전 서비스를 오픈 시 대고객 이벤트를 동반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고객이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은 수익률이 될 것”이라며 “타 사업자 대비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자 다양한 투자상품을 발굴해 라인업할 예정이고 전략적인 상품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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