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위기를 맞은 국내 배터리 업계는 ESS 생산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시설도 ESS(에너지 저장장치)로 전환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는 기본적인 구성 성분은 비슷한 탓에 두 제품 생산라인 간 전환은 내부 재료간 비중만 조금 바꾸는 차원에서 가능해 큰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성 측면에서도 배터리 회사에게 합리적인 캐즘 대응책으로 꼽힌다.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K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부진에 따라 폴란드 공장 전기차용 배터리 라인을 ESS용 라인으로 전환에 나섰다. 폴란드 공장에 이어 원래 연 20GWh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로 만든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대해서는 일부 설비를 ESS용 라인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2조319억원 규모의 채무 보증을 진행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도 전기차용 라인의 ESS용 전환을 통해 지난해말 대비 20% 이상의 생산능력 증량을 추진 중이다. 또 미국의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고자 현지생산 거점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과 더불어 AI연계 데이터 센터 등 전력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미주 지역의 ESS 고성장세를 내다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라인 효율 제고와 전기차용 라인의 ESS용 전환을 ESS 생산 설비 증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삼성SDI는 미국 미시건의 전기차 배터리 팩 생산 라인 전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으로 집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을 피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로 전환하는 것이 큰 비용이 들지 않아 효율적인 캐즘 돌파구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같다보니 제조 공정 역시 큰 차이가 없다. 가령 주 재료 가운데 양극재의 경우도 구성 재료의 비중을 조금 달리하면 되는 방식”이라며 “이 때문에 생산 라인 전환에 큰 돈이 들지 않아 전환도 용이한 편이라 배터리사들이 캐즘 대응책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앞서 배터리 2사와 달리 전기차용 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할 계획은 없지만 미국에서 ESS 생산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ESS를 아직 수주한 바 없어 사업 모색 단계이기 때문에 전환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정확한 시기를 밝힐 순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북미 ESS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집권에 따라 그간 큰 수혜를 누려온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까지 그 존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배터리 3사는 IRA의 세액공제를 받았음에도 전기차 캐즘의 영향으로 당장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을 크게 겪은 가운데 전기차에 대한 IRA 보조금 폐지가 확실시 될 경우 3사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ESS 시장의 고성장세 전망은 3사가 ESS 생산 비중 확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해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ESS 시장 규모가 2023년 185GWh에서 2027년 379GWh로 2배로 성장하고 2033년에는 현재 3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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