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국식품산업협회장 2파전…샘표 VS SPC삼립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의 차기 회장으로 박진선 샘표식품(248170) 대표와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치열한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박진선 샘표식품 대표, 황종현 SPC삼립 대표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현 이효율 식품산업협회장(풀무원 대표)의 6년 임기가 끝난다. 식품산업협회장은 임기가 3년이며 한 차례에 걸쳐 연임 가능하다. 이 회장은 2019년부터 협회를 이끌어왔다. 식품산업협회는 그간 임원사나 회장단사 회의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대할 후보를 선정해 정기총회에서 확정해왔다. 임원사는 국내 대표 식품 기업 23개, 회장단사는 14개사의 모임이다.

하지만 회장단사는 지난주까지 차기 회장으로 추대할 후보를 압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와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모두 차기 회장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박규회 샘표식품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故) 박승복 전 대표의 장남으로 ‘3세 경영인’이다. 반면 황 대표는 지난 30년간 동원그룹에서 근무한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2020년 SPC삼립 대표로 자리를 옮긴 전문경영인(CEO) 출신이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64억원으로 전년대비 34.4%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049억원으로 5.6% 증가했다. SPC삼립은 영업이익이 992억원으로 8.1% 늘었고 매출은 3조 4279억원으로 0.2% 감소했다.

식품산업협회장은 192개사 회원사를 거느리지만,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럼에도 차기 식품산업협회장을 두고 이례적으로 막판까지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식품산업협회장 자리가 식품업계를 대표하는데다, 회장직 수행이 자사의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효율 현 회장은 2018년부터 풀무원 총괄 CEO로 선임돼 풀무원을 이끌어왔는데, 그새 회사는 적극적인 해외 사업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3조 클럽’에 처음으로 가입했다.

차기 회장은 누가 되더라도 식품산업의 수익성 제고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팔리지고,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인만큼 업체들의 수익성 제고가 가장 큰 화두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 인상에 제한을 받는 업계 특성상 정부와 식품업계간 가교 역할도 활발히 이끌어야 하는 것이 숙제다.

이효율 회장도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일부 소수의 수출 주도형 기업은 K푸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영업 이익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식품기업은 내수 침체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내 식품업계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최근 정부가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는 식품업체들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데 대한 해명으로도 읽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차기 회장은 세계를 바라보는 달라진 K푸드의 위상에 맞게 가격 통제보다는 업계 지원에 초점을 둔 정부의 스탠스 변화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