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안다인 기자] 지난해 12월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12월14일) 이후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정치권을 잠시 떠났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26일 책 출간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9일부터 자신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 - 국민이 먼저입니다'에 대한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탄핵사태' 관련 내용으로 구성된 한 전 대표 저서는 예약 판매 시작 후 사회·정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증거다.
당대표를 사퇴한 지 2달만인 지난 2월16일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머지않아 찾아뵙겠다"며 "책을 한 권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최종 변론일인 25일 바로 다음날인 26일, 그의 책 공식 출간일로 잡으며 책 출간에 맞춰 북콘서트 또는 강연 등의 행사를 통해 정치 복귀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가 내쫓았던 대표적인 탄핵찬성파 한동훈 전 대표가 돌아오고 있다.
그의 정치 복귀는 국민의힘을 결정하는 '탄핵 정체성' 논란에 불을 부치면서 당을 대혼란으로 밀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탄핵반대파' 친윤계와 '탄핵찬성파' 친한계 의원들은 견제와 환영하며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윤계 윤상현 김기현 나경원, 한동훈 견제 "후퇴해야할 때""이 상황에 책임있다" 비판
한 전 대표와 친한(동훈)계가 저서출간을 계기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조짐을 보이자 친윤(석열)계는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한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소식이 나온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진격해야 할 때와 후퇴해야 할 때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장수는 자신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한 전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한민국의 불행한 사태가 오는 데 있어 한쪽으로는 민주당의 의회 패악질, 줄탄핵과 일방적 예산 통과가 있지만, 또 한 축으로의 책임은 우리 당에도 있다"며 "그 부분에 있어서 한 전 대표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한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홍준표 "한동훈, 당 대표로 제대로 행동했으면 이 상황 왔겠는가"
탄핵소추안 의결을 전후해 한 전 대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9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한동훈이 당 대표가 돼 제대로 행동했으면 이 상황이 왔겠는가"라며 "정부를 도울 생각은 안 하고 대통령한테 으름장을 놓고 옆길로 새고 그러다가 이 꼴이 돼 버린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친윤 평론가 신평 변호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전 대표를 겨냥해 "평생 요행수를 기다리며 ‘대권 낭인(浪人)’으로 떠돌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그는 짧은 정치 경력 동안 너무나 넓은 범위의 적대자를 만들어 버렸다. 그를 정치적으로 키워 준 윤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배신에 그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 전체를 궤멸의 위기로 몰아넣은 탄핵 정국의 핵심 유발자로서, 윤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와 구속은 그가 직접 방아쇠를 당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친한계 신지호 김종혁 진종오 "조선제일검 시즌2 활인검""시대정신 담보할 사람""법치와 원칙 지킬 것"
반면, 친한계에서는 한 전 대표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커지고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출신'으로 이른바 '조선제일검'으로 명망이 높은 한 전 대표에 대해 "한 전 대표 책 출간을 앞두고 저자 소개에서 검사 이력을 기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말이 많다"며 "한동훈은 자신이 칼잡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면서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活人劍)'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부총장은 "검사의 칼이 범죄를 척결하는 살인도라면 정치인의 칼은 민생을 살리는 활인검(活人劍)이어야 한다"며 "조선제일검 시즌1이 살인도 사용법이었다면 시즌2는 활인검 사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는 과거의 악행을 단죄하는 직업이고 정치인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직업"이라며 "한동훈은 요즘 인공지능(AI) 혁명에 꽂혀 있다"고도 했다.
친한계 인사인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예약 판매 당일 "한동훈 전 대표가 가장 적절한 시대정신을 담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최근 체육계 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도 대권 도전을 앞둔 한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진 의원은 한 전 대표의 정치행보와 관련, "한 전 대표가 강조해 온 법치와 원칙의 중요성은 체육계 개혁의 방향성과도 닮아 있다"며 "스포츠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으면 팬들의 신뢰를 잃듯이, 정치에서도 원칙과 공정이 무너진다면 국민의 기대는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목표는 정해졌다. 확장성이 중요한 이 시점에서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휩쓸리지 않고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견인할 자유로운 후보만이 정권 재창출의 길을 열 수 있다"면서 사실상 한 전 대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김종인 "한동훈, 대선 후보 중 제일 확장성 있는 여당후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기 대선을 전제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오세훈 대 한동훈' 혹은 '김문수 대 한동훈'의 대결 구도로 전망하며 한 전 대표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한 전 대표를 만났던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가장 확장성 있는 여당 후보"라고 밝혔다. 그는 "전당대회 때 63%라고 하는 절대 다수가 한 전 대표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 뿌리가 아직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선이 조기에 열린다면 어느 후보보다 한 전 대표가 제일 확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또 김 전 위원장은 20일 TV조선 '장원준 김미선의 뉴스트라다무스’에 출연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의 최종 양강 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미래를 지향하는 사람과 과거를 지향하는 사람의 대결이 될 것 같다"며 "젊은 세대를 지도자감으로 양성해야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차기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오세훈 대 한동훈’ 혹은 ‘김문수 대 한동훈’의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국힘 경선에서는 '상수'라는 것이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를 쫓아내고 그 후 한동훈 전 대표도 쫓아낸 정당"이라며 "이제는 눈앞에 있는 선거뿐 아니라 그다음 선거도 어떻게 치를지를 생각해야지, 당장 급급하게 대처해서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상태로는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까지 공동 책임을 가진 정당인데, 이 점을 망각하면 민심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정치9단' 박지원 " 김문수 한동훈이 최종 경선할 것"
‘DJ의 영원한 비서실장’ ‘정치 9단’ ‘스트롱 보이’로 불리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나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판도와 관련, "저는 김문수·한동훈 이렇게 최종적으로 경선하지 않을까 이렇게 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한 전 대표의 저서출간과 관련, "한 전 대표가 <국민이 먼저입니다> , 이런 책을 냈는데, 문재인 대통령하고 비슷한 그러한 톤 아니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이>
또 박 의원은 21일 밤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 한 전 대표에 대해 "그분이 계엄을 여당 대표로서 반대하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지 의결을 할 때 18명의 자파 의원들을 보내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 탄핵에 8표가, 여덟 의원이 부족해서 항상 민주당이 야 5당이 성공하지 못했는데 거기에 보내준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는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힘 당이 아니고 국민의힘 당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책 제목과 관련해서는 "그런데 국민이 먼저입니다보다는 '국민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이러한 것을 표방해서 정치권으로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제발 '국민이 나중입니다. 윤석열이 먼저입니다' 이걸로 돌아가지는 말아달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영남 위주로 하는 윤석열힘 당이어서 (한 전 대표가) 입지 구축에 어려울 것"이라며 "저는 윤석열힘 당, 영남 그분들과 국민의힘 당 한동훈 세력은 결국 분당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동훈 대표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DJ도 그랬다. 지도자는 실패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과 자파 세력을 위해서 출마할 수 있어야 된다. 그런 결기가 필요하다"면서 "저는 만약 한동훈 대표가 국민의힘 당으로 출마를 해서 실패하더라도 그러면 보수, 즉 건전한 보수의 대표로 차기 지방선거도 차기 총선도 희망이 있지만 지금 현재 영남 그러한 세력들과 함께 국민의힘 당이 아니고 윤석열힘 당으로 가면 보수 세력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韓, 약력에 21년 검사경력 빠져..."또 검사냐" 비판 의식한 듯
한 전 대표의 이번 저서출간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저자 약력에 초·중·고 교명과 검사 경력이 빠졌다는 데 있다.
초·중·고 교명을 뺀 것은 한 전 대표가 서울 강남에서 학교를 다녀 서민들에게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 포석으로 보인다.
특히 저자 한 전 대표의 약력에 그의 화려한 검사 이력이 빠져 정치권에서 여러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그는 지난 200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이후 주요 대기업 사건, 불법 대선 자금 사건 등 수사에 참여했고, 2016년 ‘국정 농단’ 특검팀, 201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으며,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21년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에 이어 ‘또 검사냐’라는 비판 여론을 세탁하기 위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정치인 한 전 대표의 태생적 한계가 극복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고,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정치인 한동훈을 새롭게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이번 출간한 책 저자 소개에서 법무부 장관과 당 대표, 공군 법무관 이력까지 담았고, 검사 이력은 제외했다.
후회하지 않는 '탄핵찬성파' 돌아오는 한동훈...국민의힘, '탄찬파' 대 '탄반파' 정면 충돌 예고
검사 이력까지 걷어낸 저서 '국민이 먼저 입니다'는 한 전 대표가 "尹비상계엄은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내란이다"고 규정하며 윤탄핵소추에 찬성하는 등 탄핵 당시와 '김건희 의혹' 사태에서 극단으로 치달았던 '윤한갈등' 당시 내세웠던 '한동훈의 대표 메시지'다. '국민이 먼저 입니다'의 책 출간은 한마디로 한 전 대표의 '대선 출사표'인 셈이다.
한 전 대표는 '대표적인 탄핵찬성파'다. 친한계 의원들의 '탄핵소추 찬성표'가 있었기에 국회에서 '尹탄핵 소추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고, 친위쿠데타의 군동원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한 전 대표는 탄핵반대파 친윤 의원들의 거센 공세에 밀려 지난해 12월16일 당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탄핵 찬성'에 대해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 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 당한다면, 보수에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재 국힘 후보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가장 강경한 극우에 기반한 '탄핵반대파'다.
현재 '탄핵반대, 윤석열 복귀'를 주장하며 '극우 친윤당'이 된 국민의힘과 '탄핵 찬성, 윤석열 내란 주범'을 주장하는 한동훈 대표는 결코 한 자리에 함께할 수 없다.
한동훈의 정치복귀로 말미암아 향후 국민의힘 이 조기대선 경선을 치를 경우 탄핵 정체성을 둘러싸고 친한계 '탄핵찬성파' 와 친윤극우 '탄핵반대파'가 정면충돌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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