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4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함께 따라갈 여력이 없는 중소 규모 부품업체는 국내 생산량 감소에 대한 직격탄을 그대로 맞게 됐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부품의 시장 잠식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는 25% 정도가 될 것”이라며 오는 4월 2일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국 우선주의’를 토대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타국 수입품에 관세를 매겨, 미국 내에 공장을 모이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는 ‘美 현지화 채비’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을 가동했고,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생산 공장의 가동률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계 타격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내에서 부품을 조달하게 되면 국내 부품사의 수출길이 더욱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의 일부 부품사 외에는 완성차 생산공장을 쫓아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중소 부품사는 원가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부품사는 완성차 업체의 요구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산 저가 부품의 공세까지 거세져 가격 경쟁서 밀리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산 자동차 부품은 이미 품질 대비 낮은 가격을 강점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및 배터리 부품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국내 업체들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에도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당시 한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산 완성차에 대한 관세는 면제받았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미국이 다시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공장을 멕시코나 미국으로 옮기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부과를 완화하는 외교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철강(25%)과 알루미늄(10%)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으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는 것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통해 실제로 시행하지는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엔 검토에 그쳤으나, 이번엔 자동차는 물론 산업 전반에 걸친 수조원 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외교무역 협상으로 풀어야 하며, 장기적으론 부품업계의 수출 구조 조정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