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자’,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이 따라 다니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4·사진)이 22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장기적으로 일본 투자에 전념하고 있으며 보유 지분을 기존 10% 상한선 이상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해당 기업들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애초 버크셔의 각 기업 보유 지분을 10% 이하로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나 한도에 가까워지면서 5개 기업이 상한선을 다소 완화하는 데 동의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버크셔의 모든 보유 지분이 다소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소재 버크셔의 일본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5개 기업은 일본의 대표적 종합상사들이다. 이토추,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가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도쿄 증시가 공휴일 다음날인 현지시간 25일 재개장하면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종합상사는 일본 안팎의 다양한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버크셔는 2019년 7월 처음 이들 기업에 투자했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10분기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버크셔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금 보유액은 3342억달러(약 480조7500억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3분기 말 3252억달러에서 더 증가한 것이다. 현금 보유액은 2022년 3분기부터 증가하고 있다. 4분기 동안 버크셔는 67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버핏 회장은 이날 연례 서한에서 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버크셔 자금 대부분이 여전히 공개 및 비공개 주식에 투자돼 있고 이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금성 자산을 우량 기업 소유보다 선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왜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버크셔의 상장 주식 보유 규모는 23% 감소한 272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분기 투자 수익이 늘고 보험 사업이 개선돼 영업이익은 145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1% 급증했다.
보험 인수 부문 이익이 302% 증가한 34억9000만달러, 보험 투자 수익도 약 50% 는 40억8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27% 증가한 474억3700만달러를 나타냈다. 지난달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산불로 약 13억달러의 세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금 보유액이 늘면서 총이익은 1년 전보다 47% 감소한 196억9400만달러로 집계됐다. 1년간 총이익도 889억9500만달러로 7.5%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버핏 회장은 왜 일본 종합상사에 대한 투자를 확대·지속하는 걸까.
버핏 회장은 이들 기업이 "버크셔와 다소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종합상사가 적절한 시기에 배당을 늘리고 합리적일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며 미 기업들보다 경영진 보수를 덜 공격적으로 책정하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기업의 경영진, 투자자 관계, 자본운용 전략을 높이 산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버크셔의 일본 보유 자산 시장가치는 235억달러에 이른다. 총 매입비용은 138억달러였다.
버핏 회장은 일본 채권 매도로 자금을 조달해 버크셔의 일본 주식 매입에 썼다. 게다가 엔화 표시 채권 발행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버크셔는 일본 채권에서 세후 23억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만 8억5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미 달러화가 일 엔화 대비 약 11% 절상된 영향이 컸다.
버핏 회장은 "현재 엔화 균형 전략의 수익성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며 후계자로 낙점한 "그렉 아벨 비보험 부문 부회장과 미래 환율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고 있지 않아 통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버크셔가 보유한 5개 일본 종합상사에서 발생하는 연간 배당 수익은 약 8억12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버핏 회장은 "그렉 부회장과 그의 후임자들이 일본 투자를 수십년간 유지할 것이라"며 "버크셔는 앞으로도 이들 5개 기업과 생산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 종합상사는 버핏 회장의 관심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일본 증시 전체와 함께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1년 사이 이들 5개 일본 종합상사의 주가는 하락했다.
이토추와 마루베니가 각각 8% 넘게 떨어지고 미쓰비시는 26% 급락했다. 미쓰이와 스미토모 또한 각각 16%와 10%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편 미쓰비시상사는 버크셔와 개별 프로젝트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현지시간 23일 발표했다.
공동투자 등 협력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며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주가 상승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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