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각색한 '애나엑스'로 첫 연극 무대 도전…"'올라운더' 배우가 목표"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애나의 모든 것이 허상이란 것을 깨달으면서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리엘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리엘도 애나처럼 껍데기뿐인 꿈과 사랑을 좇는 사람이잖아요. 그렇기에 애나의 모든 것을 믿는 거죠."
연극 '애나엑스' 속 남자 주인공 아리엘은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 상속녀로 알려진 애나 곁을 맴도는 인물이다.
애나가 거액의 호텔비를 아리엘 앞으로 달아놓고 사라졌을 때도, 자신의 예술재단에 투자해달라고 할 때도 주저 없이 돈을 내놓으며 사랑을 갈구한다.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아리엘 역의 원태민은 사랑이란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극에서 '아리엘이 진심으로 애나를 사랑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함께 캐스팅된 다른 배우들은 애나의 허상을 알고 외면하는 아리엘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저는 끝까지 모든 것을 믿으려는 아리엘의 모습을 택했다"고 말했다.
'애나엑스'는 남녀 배우 한 쌍이 이끌어가는 2인극이다. 이 때문에 아리엘 역이 극 중 편집장 오즈, 애나의 동창 콘래드 역할도 동시에 해내야 한다.
그는 "1막부터 여러 인물이 나오고 의상 변화도 없다 보니 '관객들이 (인물의 변환을) 알아챌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며 "오즈의 경우에는 제 나름대로 셔츠를 젖히고 등장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2010년대 뉴욕 예술계 유명 인사였던 애나 소로킨의 실화를 각색한 연극인만큼 아리엘의 모티브가 되는 인물이 실존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에서도 애나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뤘다.
원태민은 "'애나 만들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수없이 들었지만, 일부러 보지 않았다"며 "아예 새로운 아리엘을 창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원태민의 연극 무대 첫 도전이다. 그는 '왜 오수재인가', '비의도적 연애담' 등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를 만났고, 지난해엔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스파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드라마의 경우 카메라가 도와주고, 컷(장면)마다 끊어갈 수 있다. 뮤지컬은 음악이 흐르면 저절로 감정이 형성된다"며 "연극은 오로지 배우가 채워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원태민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키우진 않았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들어가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입대 후 의장대에 들어갔는데 연기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저는 별다른 꿈 없이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살아왔는데, 다들 각자 꿈을 향해 간다는 게 인상 깊었다"고 떠올렸다.
군 동기들의 연기를 도와주다가 아예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장병 적금을 털어 연기 학원에 등록했고, 한예종에도 합격했다.
뒤늦게 배우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지만 드라마, 뮤지컬, 연극까지 오가며 다양한 연기 경력을 쌓아오고 있다.
"각자 본인만의 스텝이 있다고 생각해요. 주변 선후배, 동기들이 잘되면 부러울 수 있지만, 사실 저는 제 길을 차근차근 잘 걸어가고 있거든요. 앞으로 무대와 매체 연기를 모두 하는 '올라운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중간에 한 눈 안 팔고, 힘들다고 드러눕지만 않는다면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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