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중국철강업계의 덤핑 공세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철강업계들을 위해 중국산 후판 제품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예비 판정 결과를 기재부에 건의해 관련 업계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역위의 이번 조치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시장 정상화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며 환영하는 반면, 조선·건설업계는 원가 부담 증가로 인한 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무역위는 지난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8.02%의 예비 반덤핑 관세 부과를 기재부에 건의했다. 잠정 반덤핑 관세는 덤핑 피해 조사 기간 중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선제적으로 부과되는 조치로, 기재부 검토를 거쳐 한 달 내 확정될 예정이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중국산 저가 후판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반덤핑 제소했고, 이에 따라 정부 조사가 진행됐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제조와 건설용 철강재로 활용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8조원에 이르며,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내 철강사뿐만 아니라 조선·건설업계 등 수요 기업에도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후판을 생산하는 주요 기업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 곳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철강사들은 반덤핑 조치로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예비 판정인 만큼 철강업계는 반덤핑 관세 부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철강 25% 관세 선언으로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산 물량이 더 낮은 가격으로 관세 장벽이 낮은 한국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시장의 실질적인 피해가 확인된 상황으로 국내 산업 보호 필요성이 입증된 조치로 판단된다”며 “현재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가 국가별로 강화되는 가운데 보호장치가 없는 한국으로 후판 제품의 유입이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잠정관세 부과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상인증권은 이번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이 국내 대형 철강업체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점진적인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결정한 27.9∼38.0%의 관세율은 예상보다 높다”며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가 적용되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판매량 증가와 판가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후판 매출 비중이 13∼15% 수준으로 후판의 가격과 판매량 개선에 따른 실적 확대는 제한적이고 동국제강은 후판 매출 비중이 23%에 달해 상대적으로실적 개선 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산 후판 사용량이 전체의 20%에 달하는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조선업계에 즉각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들은 ‘보세공장 제도’를 활용해 수입한 원자재로 선박을 제작한 뒤 해외에 수출할 경우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선사가 중국산 후판을 사용해 선박을 제작하고 해외 선주에게 판매하는 만큼,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비용 부담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조선업계는 반덤핑 관세로 인해 국산 후판 가격까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선박 제조 원가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라며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산뿐 아니라 국내 후판 가격도 장기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커, 결국 중국과의 원가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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