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저자 조수용을 만난 것은 아주 오래전 중앙선데이 인터뷰였다. 집 소개와 함께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 업적을 보여주는 인터뷰였다. 포근함이라고는 없지만, 실용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의 집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당시 그는 이미 유명세를 치르는 혁신적 디자이너였지만, 내게는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새로운 스타일의 인물로 느껴졌다. 지금은 책이 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주황색 하드표지의 이 책 역시, 미세한 스킬로 차별화된 예쁜 오브제다. 글도 줄간격이 넓게 배치해 술술 읽힌다. 챕터 사이에는 앞에서 설명한 디자인에 대한 사진을 넣어 복습효과를 일으킨다. 잘 읽히는 책은 어떤 디자인과 어느 정도의 글이어야 하는지 잘 아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많은 책들을 읽어보며 분석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어떤 직업군에서든 30년차 넘은이가 일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말하는 것은, 그만한 믿음을 준다.
그는 현재 네이버 카카오를 거쳐 자신의 JHO 브랜드를 운영중이다. 호텔 건축, 잡지 출간, 가방 제작, 카페 운영 등등 다양한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로 일을 하는 과정과 신념, 감각을 풀어냈다.
일의 감각은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잘 구별하기, 왜 이 일을 하는가 근본적인 질문하기, 스스로를 세상에 증명하기 위해 일해보기로 귀결된다.
마침 tv에서 런던베이글 대표 료의 인터뷰를 봤는데,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지난한 노력을 강조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실험해보는. 이들의 공통점이 곳곳에서 겹쳤다.
올해도 아이들 가르치는 직업에 감사하며, 분주한 새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본질을 고민하며 일의 감각을 발휘할 시간이다.
일을 잘하고 감각이 좋은 사람들은 결국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조수용이 이야기하는 오너십과 감각, 디자인과 브랜딩 역시 본질이 주제가 되어야 한다. ‘일을 잘해내면서도 영혼을 갉아먹지 않는 방법’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일 것이다.
조수용 역시 32년간 디자인과 브랜드 크리에이티브의 최전선에서 일하며 비슷한 고민을 해왔다. 세상의 많은 브랜드는 누군가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듯, 자신도 세상에 스스로를 증명하고 신념을 알리기 위해 일을 한다고 말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지키며 일하는 것도 일하는 사람의 중요한 ‘본질’일 것이다.
저는 내 취약을 깊게 파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높이 쌓아 올린 결과 만들어지는 것이 ‘감각‘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선택’입니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건 ‘무엇을 선택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선택하지 말아야 할지를 잘 가려내는 것이 곧 감각입니다.
제가 직원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작은 일에도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입니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 하는게 바로 긍정적으로 일하는 태도입니다.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 모이며,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하지 않는 조직이 됩니다. 일을 잘하는 것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긍정적 태도‘인 이유입니다.
오로지 내가 좋아했던 순간을 끝까지 추적해서 구체화하고 단단하게 정리해요. 그게 ‘브랜딩‘이에요. 그런 다음은 이건저것 안중요한 걸 빼요. 불필요한 걸 빼고 나면 오히려 남다른 캐릭터가 생겨요.
브랜딩이란 일의 본질이자 존재 의미를 뾰족하게 하는 일입니다. 창간호에서 프라이탁을 다룬 이유는 사면체의 균형이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프라이탁은 디자인적으로 완벽합니다. 폐PVC방수포와 차량용 나일론 벨트 등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실용서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20~30만원대의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프라이탁을 사서 듭니다. 가끔은 프리미엄 리셀 가격이 붙기도 하죠. 철학이 뾰족하기 때문에. 가격의 꼭짓점이 살짝 흐트러져도 팬덤이 생기는겁니다.
스스로 단단한 사람은 보상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결과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상태가 어떠한지 점검합니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