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경제사절단이 잇달아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등 주요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탄핵 정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은 그동안 콘트롤 타워 부재로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방미를 통해 긍정적인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만큼 향후 협상에서 좀 더 세부적이고 전략적인 산업별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1일 산업부에 따르면 박종원 통상차관보는 지난 17부터 20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백악관, 상무부, USTR 등 정부 관계자, 의회 및 싱크탱크 전문가를 면담했다.
박 차관보의 방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관세 부과 정책에 대한 대응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한·미 FTA에 따라 양국 간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가 이미 철폐됐음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상호관세, 철강, 알루미늄 등 제반 관세 조치에 포함되지 않도록 요청하는데 방점을 뒀다.
아울러 양국 간 긴밀한 경제관계와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미국 경제 기여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며 고위급 협의를 통한 주요 현안 및 양국간 협력 확대 방안 논의를 제안했다. 그는 이밖에도 미국 의회 중 인사들을 만나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로 양국의 공급망 연계가 증진된 만큼 IRA 및 반도체법 보조금 등 우호적 환경을 지속 조성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장관의 방미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주요 경제계 인사들 역시 미국을 방문해 양국의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경제사절단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대미 통상 민간 아웃리치’ 활동을 진행했다. 경제사절단은 백악관 고위 당국자 및 의회 주요 의원들을 만나 양국 간 전략적 산업 협력 의제에 대해 논의했다.
경제사절단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이종복 효성USA 대표,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SUPEX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등 26명이 함께했다. 주로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 조선, 에너지, 플랫폼 등 한미 경제협력의 핵심 산업 대표들이 동행했다.
최 회장은 첫날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 자리에서 “한국은 지난 8년간 1600억 달러 이상 미국에 투자했으며 대부분 제조업 분야에 집중돼 있다”라며 “이를 통해 한국기업들은 8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그중 상당수는 연봉 10만달러 이상 양질의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경제사절단 방미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백악관 관계자는 “전략적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0여 경제사절단을 만났으나, 이번 한국 민간 사절단과의 논의가 가장 생산적이었다”라며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는 과도한 규제와 투자 환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 중”이라고 언급했다.
맷 머레이 미국 APEC 대사 역시 19일 저녁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열린 ‘Korea-US Business Night’ 갈라 디너에 참석해 “한미관계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무역과 투자의 양적 거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라며 “올해 한국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와 경제계의 이번 방미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지만 아직은 워밍업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른 나라의 수뇌부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다양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좀 더 긴밀한 스킨십을 통해 구체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양보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고 중요한 것을 취하는 보다 세부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한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은 이미 대미 흑자를 줄이기 위해 트럼프 취임 전부터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큰 폭으로 늘려왔으며 태국 역시 미국산 농산물의 대규모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종대학교 황용식 교수는 “경제사절단이 필요한 역할을 했지만 국정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본격적인 협상을 위한 워밍업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며 “미국은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다른 나라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다른 원자재나 농산물을 더 수입한다든지, 서로 다른 산업을 통해 우회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든지 각 산업별로 전략을 세분화해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