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대차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자체 생산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달 경기도 의왕 연구소에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며 시제품을 생산해 성능과 양산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2030년을 전후로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전기차 성능 향상과 원가 경쟁력 확보는 물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달 경기도 의왕 연구소에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자사 전기차에 탑재해 성능 및 양산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구성 부분 가운데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제품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 위험이 낮아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고 있다.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던 현대차가 자체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 전동화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122GWh로 성장해 1.6%의 침투율을 보이며, 2035년에는 493GWh로 성장해 전체 전지의 6.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및 유럽 각국 정부도 차세대전지의 기술 확보 및 선점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 정책을 통해 대응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4년 하반기부터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3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028년까지 1172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도요타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중국 BYD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시험 양산을 시작하고, 2030년부터 본격적인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혼다도 GM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2030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 BMW는 미국 솔리드파워에 투자해 올해 안으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완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2030년 전기차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일럿 라인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한 후, 2030년을 전후를 목표로 본격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전기차 성능 향상과 원가 경쟁력 확보는 물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이 대부분 2030년경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고체 전해질의 높은 가격과 소재 개발의 미흡함뿐만 아니라, 아직 확립되지 않은 제조 기술도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체 전해질 소재의 대량 양산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조 비용을 낮추는 것이 상용화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움직임에 배터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국내에선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지만, 자체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내재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이 상당한 규모를 갖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향후 배터리 공급망의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인다”면서도 “배터리 생산에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높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만큼 기존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협력 모델을 병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중장기 미래 전략 ‘현대웨이’를 통해 전기차 성능 향상과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개발해 원가 절감을 도모하는 동시에,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20% 이상 높여 성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한, 배터리와 차체를 통합하는 CTV(Cell to Vehicle) 구조를 도입해 중량을 줄이고 열전달 성능을 개선하는 등 배터리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특히, 의왕 연구소 내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활용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의 구체적인 가동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자체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원가 절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에서 배터리 비용이 차량 가격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완성차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내재화를 추진하는 흐름”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화재 안정성이 뛰어나고 무게가 가벼워 전기차뿐만 아니라 현대차가 추진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및 로봇 사업에도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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