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같은 달보다 69% 급등
일본 정부, 21만톤 비축미 방출 결정… 시장 반응 회의적
도매업체 파산·신규 투기 세력 등장… 유통 구조 변화 조짐
일본 소비자 부담 가중, 외식업계 메뉴 조정 고민… 가격 안정 불투명
[포인트경제] 일본 전역에서 쌀값 급등세가 더욱 심화하면서 가계와 유통 시장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5㎏짜리 쌀을 저렴하게 구매할 경우 1만6000원 안팎에 살 수 있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이미 5㎏ 한 봉지의 가격이 4천엔(약 3만8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쌀값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업자 간 상대 거래 가격은 모든 유명 브랜드의 평균 가격 기준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69% 상승하며 5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례적으로 ‘정부 비축미’ 21만 톤을 시장에 방출해 가격 안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썩 긍정적이지 않다.
일본 쌀 ⓒ포인트경제 박진우 특파원
일본 농림수산성은 심각한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확보해둔 비축미를 단계적으로 풀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총 21만 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단 1차로 15만 톤이 이르면 3월 초에 입찰 과정을 거쳐 시중에 유통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비축미가 방출되면 어느 정도 가격 조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가격이 크게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일부 유통업체와 소매점들은 재고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NHK 보도에 따르면, 우츠노미야시(宇都宮市)에서 100년 넘게 운영되어 온 한 쌀 도매업체가 재고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매장에 진열할 쌀을 구하지 못하는 도매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생산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외 구매 루트를 개척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쌀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품종별 쌀가격의 상승률 일본 농림수산성/NHK 19일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특히, 수급 불균형을 틈타 새로운 ‘투기 세력’이나 ‘이질적 업종’에서 온 신규 진입자들이 시장에 들어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본산 쌀을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농민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직접 매입을 시도하는 사례도 증가하면서, 일본 농협 등 기존 유통 경로에서 벗어난 쌀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장에서 쌀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의 비축미 방출 시점은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정되어 있고, 소매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소비자가 직접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연 이 조치가 시장 전반에 걸쳐 이미 오른 가격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장기간 쌀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 온 농림수산성의 계획 자체가 이미 가격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새 쌀이 출하되는 시즌이 지나도 가격이 전혀 떨어지지 않아 부담이 가중된다”며 불만을 호소한다. 실제로 도쿄 키타구의 한 슈퍼에서는 작년 한 봉지(5㎏)에 2, 3천 엔대였던 제품이 4천엔을 훌쩍 뛰어 넘었고, 일부 소비자는 “5㎏에 4천엔이 넘으니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삼각김밥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도시락 전문점이나 음식점 등도 “고객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메뉴를 조정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라고 토로한다.
사이타마현이 한 슈퍼의 쌀 진열대ⓒ포인트경제 박진우 특파원
비축미 방출이 쌀값을 단기간에 낮출 수 있다는 예측도 있지만, 실제로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일본종합연구소의 미와 야스후미(三輪 泰史) 연구원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3~5월 사이 소매 가격이 다소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소비자들이 공급 불안에 사재기에 나서거나, 인바운드 수요가 다시 급증하면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며, 시장이 여전히 안정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본의 국내외 여러 요인이 맞물려 급등한 쌀값은 소비자들의 식탁부터 외식업, 도매·소매업, 나아가 국가 식량정책 전반까지 강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쌀값이 어느 시점에 진정 국면을 맞이할지, 또 비축미 방출이 시장에 얼마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일본 사회 전반의 시선이 일본 정부의 향후 조치에 집중되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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