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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영화 ‘미키 17’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키 17’은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 인생을 살던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에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모험을 그린다. 전작 ‘기생충’ 이후 약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설국열차’(2013), ‘옥자’(2017)에 이어 세 번째로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다.
‘미키 17’에서는 상황의 착오로 17번째가 죽기 전 18번째가 프린트되며 자신의 존재가 두 명이나 되어버린 주인공 ‘미키’ 못지않게 악역인 독재자 부부 캐릭터가 강렬한 존재감과 개성을 발산한다. 마크 러팔로와 토니 콜렛이 연기한 우주 사령관 케네스 마셜·일파 마셜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이 독재자 부부는 서로 없이 죽고 못 사는 환장의 닭살 케미와 코믹한 모습으로 극 곳곳에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들이다. 조금은 과장되고 엽기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향한 애정을 표출하는 모습이 연신 실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희화화된 이미지 이면에 인종 우월주의와 근본주의, 배타적 제국주의를 표출해 섬뜩함을 안기는 캐릭터다. 얼음행성의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한 뒤틀린 욕망과 이기심으로 그 어떤 잔혹한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익스펜더블’인 ‘미키’의 존재를 가장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존재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은 그간 악역으로 대중에 다가간 적이 없던 마크 러팔로를 섬뜩한 독재자 역에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본인(마크 러팔로)이 처음엔 당황했다. ‘봉, 와이 미...’(Bong, Why Me..) 내게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난다”고 떠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래서 내가 ‘형님 배우시잖아요, 이런걸 표현해달라는 거예요’ 대답했다. 그러니 마크 러팔로가 다시 ‘맞아 나는 프로배우야’ 이러시더라”고 회상해 폭소를 더했다.
봉 감독은 “어찌 보면 위험한 발언이지만, 이 캐릭터가 독재자라도 귀여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독재자들이 역사적으로 돌이켜보면 매력들이 있었다. 그런 매력이 있어야 누군가를 휘어잡기 때문”이라며 “독재자들의 여러 사례들을 보면 공통적인게 그를 따르는 열렬한 추종자들이 있다. 물론 올바른 현상이 아니며 위험하지만, 그만큼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독재자 캐릭터를 향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마샬 캐릭터도 냉철한 카리스마를 갖고 대중을 과학적으로 선동하기보단 이상한 허점들을 많이 가진 인물이다. 영화에선 살짝 스친 장면이지만 극 중에 뚱뚱한 외모를 가진 과학팀 팀장이 나온다. 실패작인 배양육, 새로 개발한 진통제를 먹고 미키가 토하는 장면일 거다. 그 모습을 본 과학팀장이 울먹이며 마샬에게 ‘사퇴하겠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라며 “그때 마샬이 하는 행동은 그 사람을 꾸짖는 게 아니라 뺨을 어루만진다. 그러면서 ‘실패를 딛고 전진하는 거야 친구’ 격려를 건넨다. 그 대목에 지지자가 녹아내리는 거다. 그렇게 목숨을 바쳐 충성하게 만드는, 그런 호기를 가진 인물”이라고 부연했다.
또 “마샬의 특징 중 하나가 본인이 직접 운영하고 출연하는 토크쇼를 따로 갖고 있다. 실제 이탈리아에서도 자신의 TV 쇼를 갖고있던 악명 높은 총리가 있었다. 본인의 좌우로 늘어설 걸그룹 아이돌까지 본인이 직접 구성해 미디어를 활용했던 독재자다. 그런 느낌도 영화에 좀 가져왔다. 이처럼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닌 특유의 귀여움과 매력에 관한 아이디어를 마크와 많이 이야기 나눴다”고도 강조했다.
‘미키 17’은 오는 28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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