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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영화 ‘미키 17’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키 17’은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 인생을 살던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도중 18번째 자신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모험을 그린다. 전작 ‘기생충’ 이후 약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설국열차’(2013), ‘옥자’(2017)에 이어 세 번째로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2021년 ‘미키 17’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후 그해 11월 로버트 패틴슨을 만나 곧바로 캐스팅 확정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로버트 패틴슨은 이 작품에서 소심하고 찌질해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미키 17’과 이와 정반대로 기괴한 광기와 카리스마를 뿜는 ‘미키 18’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17과 18 모두 ‘미키’라는 한 몸에서 프린트돼 탄생한 하나의 존재이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닌 만큼 1인 2역을 연기한 것에 가깝다.
특히 로버트 패틴슨은 국내 영화 팬들에게 판타지 로맨스물 ‘트와일라잇’의 주인공 ‘에드워드’로 존재감을 먼저 각인했다. 훤칠한 키와 타고난 비주얼로 완벽한 로맨스 남주인공의 모습으로 많이 기억돼있는 만큼 봉 감독이 그를 캐스팅한 이유에도 많은 괌심이 쏠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에 원빈 씨를 캐스팅했던 것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저를 이런 식으로 자꾸 ‘꽃미남 파괴자’처럼 바라보시는 것 같다. ‘마더’ 원빈 씨를 캐스팅했을 때도 그렇게 잘생긴 원빈을 ‘저렇게 찍었냐’며 한소리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는 너스레로 웃음을 안겼다. 그는 “저 역시 ‘트와일라잇’ 때 로버트 패틴슨의 모습을 기억한다. 창백하고 멋진 이미지로 바라봤지만 그게 다가 아니더라”며 “나중 갈수록 보니 본인이 연기.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워낙 많아서 과감한 인디(독립) 영화들에 많이 도전했다. 특히 사프디 형제가 만든 ‘굿 타임스’란 영화에 출연했을 때 연기가 결정적으로 좋았다. 아울러 배우 윌리엄 대포랑 연기한 ‘라이트 하우스’란 작품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그를 캐스팅한 계기를 털어놨다.
이어 “‘라이트하우스’란 작품에선 특히 리얼하고 구질구질한, 땀에 절은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러다 광기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데 그 모습을 보며 ‘‘미키 18’ 캐릭터 연기도 가능하겠구나‘ 생각이 들며 안심했다”라며 “찌질함도 표현해야 하고 광기어린 모습도 표현해야 하는, 사실상 1인 2역이다. ’미키 17‘의 경우는 처음부터 로버트 패틴슨이 잘 연기할 것 같았다. 지금 당장 촬영을 시작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고, 실제 본인도 부스스하고 착하며 밖에서 손해를 자주 볼 것 같은 이미지가 어느 정도 장착된 사람이다. 첫 미팅 때 그가 걸어들어오는 모습부터 ’아 저건 미키 17이다, 잘하겠구나‘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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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그 다음 고민이 그런데 과연 ‘미키 18’이 될까 싶었는데 ‘라이트 하우스’란 작품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 역시나 행운의 결과인 것 같다.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걸 전혀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캐스팅 선택”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또 “사실 ‘미키 17’과 ‘미키 18’ 자체도 1인 2역이지만 ‘미키 18’이 마냥 발광만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모험의 과정에서 ‘미키 18’도 변화하는 모습이 있다”라며 “누굴 죽이겠다, 때려잡겠다는 광기를 드러냈지만 나중 갈수록 큰 형님처럼 성숙하는 과정을 보인다. ‘미키 17’을 보호해주는 느낌으로 변화한다. 굴곡이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로버트가 사실상 1인 2역을 넘어 1인 다역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잘해준 것 같다”고 고마움도 표현했다.
실제 로버트 패틴슨의 성정도 언급했다. 그는 “실제 성격은 조용하고 착한 편이다. 스태프들을 힘들게 하고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영국에서 촬영 당시 스태프들도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그 이전 작품에서 모 배우에게 시달렸다는 어느 스태프는 덕분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내한 일정 때도 불평 하나 없이 즐겁게 보내주고 갔다. 예능 ‘런닝맨’도 우연한 타이밍에 나오지 않았나, 그때 하필 옷도 이상하게 입었을 땐데 그때 역시 피하지 않고 즐겁게 촬영에 임해줬다. 성격 자체가 나이스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8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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