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공동 개최 감점 요인"…서울과 공동 개최 사실상 무산
'양동 작전' 전북에 남은 선택지는 단독 개최…"열의 알아줬으면"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하계올림픽 단독 개최와 공동 개최에 모두 힘을 쏟는 '양동 작전'을 펴다가 공동 개최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선택지는 단독 개최만 남았기 때문이다.
서울과 전북의 단독 개최안이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각각 표결에 부쳐지면 전북에 얼마나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21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11월 12일 대한체육회에 하계올림픽 개최 신청서를 제출했다.
2년여 전부터 하계올림픽 유치를 준비한 서울도 신청서를 내면서 두 도시가 경합을 벌이게 됐다.
전북도는 애초 '지방도시 연대'를 하계올림픽 유치 컨셉으로 잡았다.
이는 대구(대구스타디움),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충남 홍성(충남 국제테니스장), 충북 청주(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 등 5곳의 경기장을 사용해 비용은 낮추고 효율은 높이는 방법이다.
지방도시 연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추구하는 비용 효율성, 지속 가능성과도 맥락이 같다.
이와 별도로 김관영 도지사는 단독 개최 신청서 제출 전후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그때마다 김 도지사의 공동 개최 제안을 거절했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열린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이러한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유정인 시의원(국민의힘·송파5)의 관련 질의에 "(전북과 공동 개최는) 외국 도시와의 경쟁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전북도가 음으로 양으로 서울시와 접촉하며 품었던 공동 개최 희망을 오 시장이 단숨에 날린 것이다.
도 고위 공무원들은 사실상 2036 하계올림픽 간판에서 서울 다음에 '전주'를 끼워 넣는 게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로 공동 개최에 공을 들여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개최권을 저희(서울)가 가져오면 시설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다른 시도와) 최대한 분산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전북도와 우리 올림픽위원회에도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7일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도 공동 개최안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아 서울-전주 공동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전북이 공동 개최에 합의해 대한체육회에 뜻을 전달한다면 새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단독 개최와 공동 개최라는 양다리를 걸쳤던 전북으로서는 이제 단독 개최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한편으로 단독 개최를 가정해 비수도권의 지방도시 연대 전략은 공동 개최로 흐를 경우 수정이 불가피한 전략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구상에 전남, 광주, 대구가 포함돼 있지만 올림픽을 서울과 공동으로 개최한다면 어차피 이런 전략이 무의하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기와 인천에 분산 개최할 시설들이 많이 분포돼있고. 해양스포츠는 부산이나 강원도까지 한군데씩 있다"고 밝히며 다른 시도가 최대한 많이 참여하는 분산 개최를 표명함으로써 전북도의 지방도시 연대 전략은 의미가 없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단독 개최를 가정해 짰던 지방도시 연대의 취지가 상황 변화로 무색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만 수정하면 저비용 고효율의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서울 단독 개최, 전북 단독 개최를 표결에 부쳐 국내 후보 도시를 결정한다"며 "서울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전북은 올림픽 개최 열의가 넘치기 때문에 대의원들이 이를 잘 헤아려 투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전략이 모호하다"면서 "곧 올림픽 국내 후보지가 결정되는데도 단독 개최가 목표인지, 아니면 서울과 공동 개최하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비수도권의 지방과 연대해 개최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do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