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차범근 '팀 차붐' 이사장도 난색을 표했다. 차 이사장이 축구교실에 매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어지럽게 흘러간다는 방증이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HW컨벤션센터에서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이 열렸다. 차범근 시상식은 이동국, 박지성, 기성용, 황희찬, 이승우, 백승호, 홍현석 등 한국 축구를 빛낸 전현직 선수들이 수상하며 한국 축구 옥석들을 가리는 상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날 직접 시상에 나서 어린 선수들을 격려한 차 이사장은 시상 소감을 통해 차범근 축구상이 가진 의미와 자신에게 축구가 주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상식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차 이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에도 자신의 아들인 차두리 감독이나 분데스리가 후배가 된 홍현석 등에 대해 미소띤 대답으로 축구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다만 축구협회장 선거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축구계 원로의 고견을 청취하고자 취재진이 어렵사리 꺼낸 질문에 차 이사장은 "거기서는 떨어져 있고 싶다. 그래서 지금 고흥에 가서 있는 거다. 말하고 싶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라며 선을 그었다. 현재 차 이사장은 서울을 떠나 전라남도 고흥군과 전라북도 무주군에서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있는 차범근 축구교실을 둘러볼 때를 제외하면 서울에 있을 때가 없다.
뒤이어 차 이사장은 "나는 내가 하는 일이 한국 축구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축구협회에 내가 발을 담그거나 그러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다"라며 자신의 대답은 '노 코멘트'로 하겠다고 매듭지었다.
일흔을 넘긴 차 이사장이 축구계 여러 일에 관여하기보다 자신의 사명에 집중하기로 결심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차 이사장은 축구협회에 들어서기만 하면 남부럽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축구교실과 차범근 축구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게 자신이 걸어가야 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집중하는 중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말을 아낄 만큼 현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12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진다.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후보에 맞서 신문선 후보와 허정무 후보가 도전하는 구도가 됐다. 원래는 1월 8일에 선거가 예정됐으나 허 후보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인용되며 선거가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달 10일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가 총사퇴한 이후 한동안 혼란이 이어졌다가 선운위가 다시 조직된 후 26일에 축구협회장 선거가 이뤄지는 걸로 가닥이 잡혔다.
이번에 정책을 통한 선거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정 후보가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어 그 자격 요건에 대한 논란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감사 결과로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것에 집행정지 신청과 문체부 특정감사 처분 취소 행정 소송을 청구했다. 해당 집행정지 신청은 11일 서울행정법원이 인용했고, 정 후보는 당분간 자격 논란에서 자유로워졌다.
게다가 정책 비교를 통한 공약의 현실성 점검이 되리라 기대했던 공개토론회도 지난 13일 정 후보 측에서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얼룩진 토론이 될 우려'를 이유로 불참을 결정하면서 파행에 다다랐다. 공개토론회에 대해서는 정 후보와 다른 두 후보의 입장 차가 이전부터 확연했기 때문에 결국 열리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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