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배터리 시장이 고(高)에너지밀도 배터리 기술개발 경쟁으로 뜨겁다. 전세계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더 오래가고 더 가벼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맞아 에너지밀도 기술이 곧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의 K배터리 기업들과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밀도가 높을수록 같은 배터리 크기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같은 공간에 적은 배터리로 더 가벼워지는 장점이 있다.
삼성SDI는 단위 부피당 리튬이온의 흐름(이온 전도도)을 가장 빠르게 높일 수 있는 황화물계 기술을 채택한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450Wh/kg 수준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으로 2027년 상용화가 목표다. 에너지밀도가 높은 전고체배터리는 동일한 팩을 만들었을 때 부피가 작아 전기차에 적용하면 종전보다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차 무게도 가볍게 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독자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와 리튬 음극재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Anode-less)을 적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실현했다는 평가다. 무음극 기술로 음극에서 생성되는 ‘덴트라이트’ 현상을 차단해 안전성도 높였다.
삼성SDI 측은 “지난해에는 진보한 전고체배터리 샘플을 제작했고, 공급 대상 고객을 5개사로 확대하는 한편 핵심 소재의 내재화도 진행했다”며 “올해는 전고체 배터리의 고용량화를 달성하고 양산 기술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리튬황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튬황배터리는 황을 양극 소재로 사용해 가볍고 고용량, 고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또 풍부한 자원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특히 무게가 가벼운 리튬황배터리는 고고도무인기와 미래항공모빌리티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지난해 12월엔 KAIST와 공동연구를 통해 에너지밀도 400Wh/kg을 구현한 리튬황배터리를 개발했다. 상용 리튬이온전지 대비 60% 이상 높은 에너지밀도를 제공한다. 연구 결과에 대해 KAIST 측은 “미래항공모빌리티와 같은 차세대 모빌리티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황배터리와 함께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도 개발중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기술개발 속도도 빠르다.
CATL은 작년 11월부터 20Ah(암페어시) 용량의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최대 5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은 2027년까지 전고체배터리의 소규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기술과 제조 공정의 성숙도는 1에서 9까지의 척도에서 4단계 정도다. CATL은 2027년까지 전고체배터리의 기술 성숙도를 7-8 단계까지 끌어올릴 목표다.
BYD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BYD는 2013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해 2016년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0Ah와 60Ah 용량의 전고체배터리 셀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BYD는 비용과 공정 안정성을 고려해 황화물 기반 전해질을 선택했다. 더 긴 수명, 더 빠른 충전, 더 높은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BYD는 설명한다. BYD에 따르면 해당 전고체배터리가 개발되면 에너지 밀도는 500Wh/kg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고급 전기차 모델에 전고체배터리를 시범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시연단계, 2030년 이후 대규모 상용화와 전기차 모델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은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산업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며 “2027년을 기점으로 본격화할 차세대 배터리 시대는 전기차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항공과 에너지 저장 분야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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