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20일 윤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같은 날 구속취소 심문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윤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변호인은 "기록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인정 여부를 지금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계엄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헌적, 위법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및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이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이에 맞서 윤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권한이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면서, 내란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방어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13분 만에 마친 뒤 1시간 가량 구속취소 심문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구속기간이 만료된 이후 불법적으로 기소가 이뤄졌다"며 즉각 석방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그런가하면 윤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이번 사건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관련 사건들과 병합될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통상 관련 사건을 묶어서 하나의 재판에서 심리하는 병합심리는 재판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앞서 검찰 측은 "국민적 관심이 깊어 신속한 재판을 통해 의혹을 해소한 뒤 사회 안정의 필요성이 크다"며 "재판 지연의 우려가 있고 병행심리해서 효율적으로 심리 운영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번에도 검찰은 "각 피고인의 범행 가담 정도와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이 다르므로 개별 심리가 필요하다"며 병합 심리를 반대했다.
대신 사건을 병합하지 않되 동시 진행하는 병행심리를 요청하며, 신속한 재판을 위해 최소 주 2~3회 집중심리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증거가 7만 쪽에 달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인정해야만 증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 측이 이를 부인할 경우 법정에서는 증인 신문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이 공소사실 인정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혐의 부인에서 나아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내란죄의 법적 성립 요건이 엄격한 만큼, 윤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제시한 진술 조서들이 강요나 왜곡 없이 작성되었는지 검토하며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와 관련, 윤 대통령 측과 검찰 양측에 열흘 내 각자 주장을 뒷받침할 의견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사건 결과는 3월 초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늘로부터 반드시 10일 내에 추가로 의견서 제출해달라"며 "언제 구속 취소 결정할 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의견서를 받아보고 나서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재판부가 입정하자 45도로 고개를 숙인 윤 대통령은 공판과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발언 없이 변호인과 조용히 의견을 나누는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은 다음 달 24일 오전 10시에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이후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윤 대통령의 최장 구속기간이 6개월임을 고려할 때, 1심 선고는 늦어도 오는 7월 말까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편 윤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 법원 앞에서는 지지자들과 반대 시위대가 각각 집회를 열며 대립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정치 보복 중단"을 외치며 구속 취소를 요구했고, 반대 시위대는 "내란범을 처벌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경찰이 개입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특히 반대 시위대는 "비상계엄은 헌법 유린"이라며 윤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었으며, 지지자들은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법원 주변에는 수백 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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