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심영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K반도체의 고민거리가 생길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율을 25%로 예고하면서 관련 계획을 4월 2일 공표하겠다고 언급했으나 발표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즉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한국산 반도체에도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작년 기준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3위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약 15조원)를 기록했다. 미국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AI 서버에 HBM 등고부가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5%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가 시행되면 한국 반도체 업계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물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D램 75.5%, 낸드플래시 55.8%에 달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를 20% 부과하면 약 8%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 홍콩(18.4%) 등에 비하면 적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의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미국 매출은 27조3058억원으로 직전연도 3분기(9조7357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5.4%에서 58.8%로 늘어났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미주 지역 매출이 68조2784억원에서 84조6771억원으로 24%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사 모두 미국에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더라도 고사양 메모리에서는 이들을 대체할 기업이 마땅치 않은만큼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여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위해 가동하는 공장은 없다. 두 회사의 메모리 생산시설은 모두 한국과 중국에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공장을 설립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절차가 까다로워 업계는 현지 투자 확대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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