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채연 기자] 이랜드와 16년을 함께하며 국내 연매출 1조원 브랜드로 입지를 굳힌 뉴발란스는 오는 2027년 한국 지사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동시에 이랜드그룹은 뉴발란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2030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양사가 제시한 새로운 유통 구조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뉴발란스는 이랜드월드가 2008년 국내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해 빠르게 성장, 국내 사업을 전개한 브랜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나이키에 이어 스포츠 브랜드 매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격인 이랜드월드는 지난 2021년 이후 매년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 지난 2022년에서 2023년까지 5조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랜드월드 매출의 상당 부분을 뉴발란스가 차지한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동안 패션 업계에서는 이랜드와 뉴발란스의 라이센스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면서 양사의 결정을 예의주시해 왔다.
타 패션 업계 관계자는 “직진출은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후 독립적인 운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종종 발생한다”면서도 “국내 시장에서의 직진출은 예상보다 많은 리스크를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푸마의 경우 과거 이랜드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 연 매출 18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으나, 지난 2008년 한국 법인 설립 후 매출이 급감했다.
또 다른 패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 상황에 특화돼 있는 국내 유통사와의 계약을 통해 서로가 윈윈이 됐지만, 국내 시장 상황을 모르는 글로벌 브랜드가 무작정 나섰다가 쪼그라드는 케이스도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유통 구조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앞서 톰브라운은 국내 사업 운영을 담당하던 삼성물산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삼성물산과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으면서 직진출했다.
이에 따라 톰브라운 코리아의 직진출로 사업 주체가 톰브라운 코리아로 넘어갔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상품 발주, 유통 전략, 매장 및 인력 운영 전반을 맡고 있다.
뉴발란스는 차별화한 접근을 시도한다. 지사 설립을 하는 2027년부터 이랜드와의 라이선스 계약 만료 시점인 2030년까지 이원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는 국내 시장에 안착하는 동시에 이랜드가 가진 유통 노하우와 자체 기술력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뉴발란스의 한국 지사 설립이 단순한 브랜드 운영 차원을 넘어 유통 구조 혁신 신호로도 본다.
이랜드 관계자는 “뉴발란스의 지사 설립이 독자적인 운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양사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유통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계약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사의 이 같은 결정을 ‘국내 덩치 키우기’ 전략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랜드월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추가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발란스가 2030년에 계약이 종료된 이후 독립 선언을 하면 이랜드그룹의 매출 공백은 불가피하다. 이를 보완할 새로운 브랜드 발굴 및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의 직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며 “일부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둔 후 기존 파트너와 결별하고 독자 운영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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