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대회 방식만 바꾸고 세부규정을 손보지 않아 포항스틸러스가 피해를 입게 됐다.
산둥타이산은 지난 19일 울산HD를 상대하는 2024-2025 ACLE 리그페이즈 최종전을 앞두고 돌연 경기를 포기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 문제지만, 실제로는 대회 참가에 부담을 느꼈다는 게 축구계 일반의 분석이다. ACLE 규정에 따르면 한 경기만 기권하는 게 아니라 대회에서 실격된다. 선수단 건강이 문제라면 다른 선수를 내보내면 되지 대회 모든 경기를 역사에서 지워버릴 필요는 없었다. 지난 산둥 홈 경기에서 일부 산둥측 관중이 광주FC 응원단을 조롱하기 위해 고 전두환 씨 등의 사진을 내걸어 징계를 받은 바 있는데, 후폭풍을 두려워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AFC의 후속 대처였다. 20일 0시 즈음 AFC는 소셜미디어(SNS) X를 통해 ACLE 리그 페이즈를 통과한 동아시아 8팀을 발표했다. 그런데 실격 당한 산둥 대신 상하이포트가 포함됐다.
산둥의 실격 소식 직후에는 포항이 극적으로 8위가 될 것으로 보였다. 7경기 동안 승점 13점(4승 1무 2패)을 따낸 산둥이 실격하면, 기존 9위였던 승점 9점(3승 5패) 포항이 8위로 올라가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포항이 아니라 상하이포트가 8위에 든 건 ACLE의 이상한 규정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산둥의 대회 전적은 통째로 삭제된다. 이때문에 AFCE 동부리그의 12팀 중 산둥과 경기한 10팀은 단 7경기 전적만 인정되고, 산둥전이 없었던 3팀은 8경기 전적을 인정 받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때문에 8경기 승점 8점을 따낸 상하이포트가 8위로 올라가고, 7경기 승점 6점으로 줄어든 포항은 9위에 머무른 것이다.
실격팀이 발생할 경우 모든 경기 기록을 삭제하는 건 과거의 흔적이다. 조별리그 방식에서는 그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4팀으로 편성된 조에서 1팀이 실격하면 나머지 3팀간의 전적만으로 조 1, 2위를 가려 상위단계로 진출시키면 된다. 이번 시즌에도 조별리그 방식이 유지된 ACL 2의 경우 A조의 모훈바간(인도)이 대회를 포기하자 나머지 3팀간의 전적으로 조 1, 2위를 가렸다.
하지만 리그페이즈에서는 실격된 팀과 경기를 벌인 구단도 있고, 안 벌인 구단도 있기 때문에 이번처럼 불공평한 순위표가 생긴다.
결국 AFC가 이번 ACLE부터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리그페이즈를 도입했으나 세부규정을 조별리그 시절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생긴 부당한 상황이다.
각종 대회에 리그페이즈 방식을 도입한 유럽축구연맹(UEFA)은 어떨까. UEFA 챔피언스리그(UCL)는 ACLE와 달리 실격팀이 발생했을 경우 불공평한 일이 없도록 규정을 이미 손본 상태다. 기본적으로 몰수 사유가 발생하면 한 경기만 몰수하는 걸 우선으로 하지, 팀을 통째로 실격시키지 않는다. 실격팀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이제까지 치른 경기 결과는 그대로 유지한다. 그리고 실격팀과 대진이 잡혀있던 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후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된 팀에는 맞대결 예정이던 팀들의 시드를 고려해, 같은 시드 팀들이 획득하는 평균 승점을 적용한다’는 세부규정이 있다.
UEFA가 리그페이즈에 발맞춰 정비한 규정이 ACLE에도 비슷하게 적용됐더라면, 동아시아 8위로 16강에 올라가는 팀은 포항이었다.
겉보기에는 포항이 큰 피해를 본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원래 8위에 있던 게 아니라, 8위로 올라갈 줄 알았다가 규정문제로 무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당한 규정 때문에 K리그 팀이 하나 덜 올라가고 중국팀이 더 올라간 상황이다. AFC는 관련규정을 정비해 다음 시즌부터는 포항과 유사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포항스틸러스 및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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