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보험사들의 펫보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의 증가와 제도 개선이 맞물려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펫보험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들쭉날쭉한 동물병원 진료비 체제 속에서 실손보험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재 진행 중인 ‘사람’ 실손보험 논란처럼 차후 진료비 인상이나 보험 악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펫보험 업계는 시장 확대를 위해 ‘최초’ 타이틀을 내건 신상품을 출시하고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도전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자체 코호트(질병 이력을 추적 관찰) 통계를 적용, 유병력 반려동물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고, DB손해보험은 지난달 출시한 ‘반려인 입원 후 상급종합병원 통원 시 반려동물 위탁비용 보장’과 ‘반려동물 무게별 보장한도 차등화 급부방식’에 대해 각각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현대해상은 업계 최초로 특정 약물 치료·이물 제거를 비롯한 의료비 확장 담보를 신설했으며 삼성화재는 지난해 다이렉트 보험료 인하와 함께 치과 및 구강질환 치료비 보장을 더했다. KB손해보험도 지난해 반려동물 의료비 보장 한도를 일일 최대 30만원·연간 2000만원까지 높인 상품을 출시했다.
펫보험 시장 확대 추세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애완’에서 ‘가족’ 개념으로 변화하면서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유병 수명도 길어진 상태다.
좋다는 펫보험, 왜 가입률은 낮을까?…보험료 부담↑
그러나 성장 기대에도 반해 실제 펫보험 가입률은 2%가 채 못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약 1.7%로, 스웨덴(40.0%) 영국(25.0%) 미국(2.5%) 등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 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는 ‘월 납입 보험료가 부담된다(48.4%)’, ‘보장 범위가 좁다(44.2%)’가 가장 많았다.
높은 가격과 좁은 보장도 문제지만 보험회사 별로 내세우는 강점이 다른 만큼 복잡한 보험료 비교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도 존재했다. 실제 2살 수컷 포메라니안 강아지 ‘포메’의 보험료를 비교해 보니 단순하게 가격으로만 보험상품을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보험료 갱신기간을 3년으로 두고 보장비율 70%, 일일 의료비 보상한도 15만원, 자기부담금 1만원으로 통일했을 때를 기준으로 살펴보니, KB손해보험이 3만2070원으로 보험료가 가장 저렴했고 이어 현대해상 3만3580원, DB손해보험 3만8740원, 삼성화재 3만9049원, 메리츠화재 4만3600원 순이었다.
일일 의료비 보상한도를 30만원으로 올렸을 때는 현대해상 3만9720원, KB손해보험 4만1344원,삼성화재 4만4823원 순이었다.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일일 의료비 30만원 옵션은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금액대에서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은 슬개골 보장을 1000만원(타사 200만원) 보장하고, 삼성화재는 200~250만원인 타사에 비해 일 수술비 한도를 300으로 끌어올렸다. 현대해상은 일일 의료비를 높였음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자랑한다. MRI나 CT의 보상여부와 치과치료 중에서도 치석치료가 가능한지 등에서 혜택이 갈린다.
이처럼 어떤 상품은 입원 치료비만, 어떤 곳은 통원 치료비까지 보장하는 식인 상황에서 가입자들이 스스로 필요한 보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모호한 치료비 기준…‘사람’ 실손보험처럼 변질 우려도
동물병원의 진료 수가 기준이 표준화되지 않고 제각각인 점도 펫보험 시장확대에 있어서 걸림돌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하는 동물병원 진료비 정보에 따르면 5kg 강아지 기준 엑스선 촬영비와 판독료는 최저 1만원에서 최대 10만원으로 10배 차이가 났다. 큰 비용이 드는 수술로 가면 차이는 더 커진다. 강아지들이 많이 받는 슬개골 탈구 수술의 경우 어떤 병원에서는 100만원을, 또 다른 병원에서는 500만원을 청구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료 책정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전체적인 보험료 인상과 악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이렇게 기준이 모호할 경우에는 결국 높은 진료비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고 전체적인 진료비 인상 우려도 있다. 또 아직은 시장이 작아 미미하지만 일부 동물병원에서 과잉 진료를 하거나 보험금을 노리고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과잉 진료는 보험료 상승과 누수로 이어질 수 있기에 법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펫보험 상품 표준화와 함께 진료수가 체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KB금융 조사에서도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개선책으로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43.9%)이 꼽혔다.
고은희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펫보험 시장의 소비자 이슈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소비자의 합리적 재무 의사결정을 위한 진료체계 표준화가 필요하다”며 “진료 편차가 줄어들면 보험사의 요율도 일정 부분 표준화되면서 소비자 스스로 보험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와 관련, 정부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보호자 등이 요청하는 경우 동물병원에서 동물의 진료기록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진료비가 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금융위원회와 협조를 통해 반려동물 보험DB 구축과 표준화된 진료 정보 확대로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과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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