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국내 전선업계 1위 LS전선과 2위 대한전선 간의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특허침해 소송 2심 판결이 재판부 사정으로 연기되며 분쟁이 장기화(5년 6개월)화 되고 있다.
19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4부(우성엽 부장판사)는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선고일을 3월 13일로 연기해 양측 간 소송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이번 판결은 전선업계 시장 주도권 경쟁뿐만 아니라 국내 특허권 분쟁의 주요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높다. 만약 소송 결과가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경우, 승소한 기업은 국내외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전망기업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부스덕트(Bus Duct) 시장 규모는 18조6000억원이다.
이번 소송은 2019년 8월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4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서 시작됐다. 부스덕트는 대규모 전력 설비에서 전류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금속 덕트로, 조인트 키트는 이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LS전선은 2005년 일본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 개발한 3세대 부스덕트(2007년 출시)의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며, 대한전선이 하청업체 출신 직원의 이직(2011년) 후 유사 제품을 생산한 점을 기술 유출 의혹의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대한전선은 “조인트 키트의 볼트 체결 방식, 도체-절연판 접촉 구조 등에서 LS전선과 차이가 있고 미국·일본 선행기술을 참고해 자체 개발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1심 재판부가 LS전선의 특허에 대해 “전문가라면 쉽게 개량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1심(2022년 9월)에서는 LS전선이 승소했다. 1심(서울중앙지법)은 대한전선에 제품 폐기와 4억9623만원 배상을 명령했다. 이는 청구액 41억원의 12% 수준이다. 이에 LS전선은 “피해 규모가 과소평가됐다”며 배상액 증액을 바라고 있다. 대한전선도 “특허 침해 자체가 무효”라며 양측 모두 항소했다.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의 2012년 조인트 키트 출시 시점은 하청사 직원 이직과 직접 연관이 있고 이는 명백한 기술 유출”이라며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추가 특허권(도체 고정 방식 등) 침해 부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전선 측은 “LS전선 특허는 키프리스(KIPRIS)를 통해 공개된 정보로, 기술 유출 의혹은 근거가 없다”며 “자사 제품은 너트 파지 여부, 절연판 접촉 방식 등 LS전선과 구조적 차이가 명확하다”고 반박했다.
LS전선은 기술 유출 의혹과 관련해 하청사 직원이 LS의 설계 노하우를 대한전선에 전수했다는 주장을 구체적 증거인 이메일, 설계도면 유출 정황 등을 보강할 방침이다. 대한전선은 선행 기술과 차이가 미미하다는 전문가 감정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에 관해서도 소송을 하고 있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자사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를 도용했다”며 2023년 11월 고발했고, 경찰은 2024년 6월부터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해당 기술은 수십km 길이의 케이블을 제조하는 핵심 기술이다.
양사의 법적 다툼으로 인해 한편에서는 이 문제가 특허 분쟁을 넘어 국내 전선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간 지속된 법적 분쟁으로 인해 양측 모두 이미지 손실과 비용 부담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력 케이블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인데 내부 갈등으로 인해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3월로 연기된 항소심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사건이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최종 결론은 2026년 이후로 늦어질 전망이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최종 결론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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