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정도면 되겠어? 한 달 후에 예정된 500억 불 투자 발표를 좀 당겼고, 외국에 나가 있는 채권과 달러를 모으면 2,000억 불 정도는 될 거야. 일부는 고객들이 외국 은행에 맡겨 놓은 예치금을 한국 정부 명의로 변경하면 되고.”
“2,500억 불을 1주일 만에?”
“그렇게 하면 우리에게 무슨 베네핏을 줄 수 있어? 장사는 장사니까?”
“내가 장관님과 상의해 볼게. 혹 이 회장이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면 이야기해 주고.”
“일단 자금 출처에 대해 비밀 보장을 해주고, 정부 보증서 발급은 기본이고…”
잠깐 말을 멈추더니 곧바로 이어간다.
“원자력발전소 해외 수출 건에 대해 이 정부가 존속하는 한 독점권을 주고, 러시아 가즈포럼 지분 인수 계획이 있는데 정부 승인을 해주었으면 해. 그리고, 전투기를 포함한 미국 무기 수입에 대한 유일한 에이전트로 지정해 주면 좋겠네. 마지막으로 2,000억 불의 예치에 대한 금리를 우대해 주면 되네. 플러스 1% 정도.”
막힘이 없이 말하는 정열을 보고 범식은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마치 준비한 사람처럼 말하네.”
“오래 생각할 게 뭐 있어? 서로 아쉬운 곳을 긁어 주는 게 사업이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볼게.”
옆방에서 장 마담은 도청기를 통해서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장 마담은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로 돈을 많이 벌었다.
다음 날 범식은 강민식 장관에게 정열이 제안한 것을 모두 보고하였다.
“가능하겠습니까?”
“영악하네, 자네 친구는. 대통령께 바로 보고하고 답을 주겠네. 시간이 없으니 잠깐 여기서 기다리게.”
30분이 채 안 되어 상기된 얼굴로 강민식 장관이 다시 돌아왔다.
“재가가 떨어졌네. 이제 살았어.”
“그러면…”
“바로 자네 친구에게 연락해서 소식을 전하고, 내일 서류에 사인하자고 하게. 자네 공이 컸어. 대통령께서도 자네를 칭찬하셨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범식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지, 어안이 벙벙했다.
이로써 이기주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으며,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때 2009년에는 유일하게 400억 달러 플러스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2010년 5월, 이기주 대통령의 초청으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청와대를 방문했다. 2009년 프랑스로 넘어갈 뻔하였던 바라카 원전을 한국이 수주할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도움을 주었다.
이 대통령은 아부다비에서 칼리파 대통령과 함께 왕세자의 선친인 자이드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예고 없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이 왕세자에게 ‘선친이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며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라고 덕담을 했고, 왕세자는 눈물을 비췄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으로 원전 수주를 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 대통령 특유의 세일즈 감각으로 왕세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에 이어 6번째 원전 수출국이 되었다. 프랑스를 제치고 SD그룹은 아랍에미리트와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을 수주했으며, 앞으로 중동 건설과 원자로 건설에서 SD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다.
[팩션소설'블러핑'10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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