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이재명 발언에 野 정체성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파장이 일고 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 "(민주당이) 그런 흐름으로 가겠다는 게 당대표 의지"라며 "최근 발언과는 상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정치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자면 중도보수적인 스탠스가 맞지만 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이고 있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데 사실 민주당의 스탠스는 중도보수, 합리적 보수라고 할 만한 그런 스탠스가 맞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또 진보적인 대중정당으로 발전해나가야 된다라고 하는 지향은 가지고 있지만 현재의 스탠스로 보면 뭐 중도나 중도보수 정도의 스탠스에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당내에서 이 대표 발언에 힘을 더하고 있으나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당 정체성'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다"라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했다.

이어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 온 우리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라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는 게시글을 통해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유능한 민주개혁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탄핵과 조기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이념논쟁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탄핵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당 내외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미 지난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에서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내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 발언을 두고 정체성 혼란이라고 비난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을 겨냥해 "이 대표가 최근에 보인 행동들은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정치쇼"라며 "검사 사칭에 이은 보수 사칭, 지지율을 위해 정체성마저 내던지는 이 대표의 진심은 무엇인가"라고 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왜 이러한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며 "당의 이념과 노선쯤이야 자신의 대권 야욕 앞에선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이재명의 민주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