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심영범 기자]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의 실효성 재검토에 나서며 유통가의 종이빨대 지속 사용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의 환경전주기평가(LCA)에 시행할 계획이다. LCA는 제품이 생산, 소비, 폐기 등 전 주기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평가 기법이다.
환경부의 이같은 결정에 앞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방정부와 소비자의 플라스틱 빨대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실제로 종이빨대에 대한 친환경성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종이 빨대의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훨씬 많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2020년 종이 빨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의 5.5배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 24일 자로 식당에서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시행하고 1년의 계도 기간을 정했다. 당시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2년 뒤 해당 제도 실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종이 빨대 등 대체 상품의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취지이지만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었다. 정부 기조가 갑자기 바뀌면서 종이 빨대 제조사나 카페 업계는 큰 혼란을 겪었다. 종이 빨대 업체들은 절반 넘게 도산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이빨대를 도입했던 국내 유통업체들의 탈 종이빨대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농심은 '카프리썬'의 빨대 소재를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뀐다. 이는 2023년 2월 종이빨대를 적용한 이후 약 20개월 만이었다.
농심은 종이빨대가 포장재를 잘 뚫지 못해 불편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늘어남에 따라 절단면 각도 변경 등 조치를 취했다. 이후 표면처리를 통해 불만 잠재우기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이후 농심은 카프리썬 종이빨대를 플라스틱 빨대로 변경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또 있었다. 종이빨대 특유의 냄새와 감촉,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해지는 현상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후 매년 900만박스를 유지하던 농심 카프리썬 판매량은 2023년 13%, 지난해 3분기까지 추가로 16% 감소하기도 했다.
동서식품의 경우 2021년 10월 마트·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스타벅스 컵 커피' 제품 중 일부 물량에만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했다.
해외에서도 종이빨대와의 결별 소식이 이어졌다. 일본 스타벅스는 올해 초 종이 빨대에서 플라스틱 빨대로 전환을 선언했다. 플라스틱 빨대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모든 매장에서 퇴출한 지 5년 만이다.
스타벅스 일본법인에 따르면 오키나와현의 32개 스타벅스 매장을 시작으로 오는 3월까지 일본 전역에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가 도입된다. 4월 초까지는 프라푸치노(얼음과 함께 커피, 크림 등을 갈아서 만드는 스타벅스의 대표 음료) 음료용 두꺼운 빨대까지 도입을 마칠 계획이다.
스타벅스 재팬은 2030년까지 폐기물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히며 종이 빨대를 없애고 새로운 생분해 빨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일본 맥도날드도 지난해 7월부터 사이타마현 내 약 40점에서 종이 빨대 대신 뚜껑에 마시는 부분을 개선한 컵으로 시범 제공을 시작했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1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다른 재질의 1회용 빨대로 바꾸는 것이 무슨 친환경이냐”며 “진정한 기후대응은 재질 전환이 아닌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취지에서 지난해 10월 일회용품 무상 제공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종이빨대와 관련해 명확한 환경성 평가와 근거가 마련된다면 업계 혼란도 감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대체재로 제작되는 빨대의 재활용에 대한 여건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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