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식물과 새를 관찰하고, 환경·동물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작가들의 일상과 자연 이야기를 그린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신간 '자연으로 향하는 삶'(가지)은 식물 세밀화가이자 원예학 연구자 이소영, 조류 세밀화가 이우만, 환경·생태 분야 작가 최원형, 동물권 활동가 희복이 각각 쓴 에세이 4권을 묶은 책이다.
책은 이들 4인의 저자가 자연에서 다양한 생명 존재를 만나고 교감하는 루틴과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한 방법을 소개한다.
이소영은 에세이 '식물을 연구하는 태도'에서 세밀화가란 '모험을 즐겨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식물들이 견디는 야생의 험난한 삶을 묘사하고 기록한다.
저자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미명아래 수없이 자행되는 동식물에 대한 폭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원하는 식물의 사진을 잘 찍기 위해 다른 식물을 밟고 뽑는 행위, 식물을 키우겠다며 뽑아 가져가는 행위, 그리고 동물을 키우다 유기하는 행위….
저자는 "살아있는 생물을 좋아한다는 것은,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욕망보다 상대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도덕적 책무'가 먼저 필요한 일이다"고 말한다.
에세이 '새를 그리는 사람'을 선보인 이우만은 조류 세밀화가다. 새의 시각적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생동하는 삶을 그대로 옮긴다는 작업 원칙에 따라 '그리는' 시간보다 '보는' 시간이 더 많은 '관찰자'다.
"앉아 있는 시간과 수명이 반비례한다"는 말이 제발 근거 없는 낭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묵묵히 앉아 새를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새의 표정과 동작을 섬세하게 포착해 그려나간다.
이 밖에 환경작가 최원형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기'에서 전자제품을 줄이고, 일 년에 세 번만 고기 사는 날로 정하며, 배달 음식을 안 시켜 먹는 환경친화적인 삶을 소개한다. 죽은 새를 줍고, 기록하는 일을 하는 동물권 활동가 희복은 '그렇게 죽는 건 아니잖아요'를 통해 인간이 설치한 인공구조물인 유리에 부딪혀 죽는 새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전한다.
"상위 포식자에게 잡아먹힌 것도 아니고, 질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수명을 다한 것도 아니고 사냥을 당한 것도 아닌데,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음을 맞이하는 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이 부자연스러운 일을 유리가 해낸다. 오직 인간의 편의에 맞춰 개발되고 설치된 유리가."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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