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일본의 고독사, 지난해 1분기만 2.2만명… 한국도 위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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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일본의 고독사, 지난해 1분기만 2.2만명… 한국도 위험 증가

포인트경제 2025-02-18 16:54:04 신고

3줄요약

작년 1월부터 3월 사이 고독사 2만1716명
일본의 고독사, 65세 이상 고령층 78%이상
고독사 위험, 결혼 여부와 무관…독거 노인 증가가 핵심 원인
한국도 예외 아니다…고독사 예방 위한 정부·지자체 대책 필요

[포인트경제] 17일 일본 도쿄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60대 직장인이 고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동료들은 안타까움에 고개를 떨구었다. 항상 일찍 출근하던 사람이 휴가도 안 내고 회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된 직원들이 집을 찾아갔지만 끝내 그는 숨져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족, 지인, 이웃과 단절된 채 홀로 숨지는 ‘고독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일본 경시청이 실시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3월 사이 자택에서 발견된 1인 가구 사망자는 2만 1716명이다. 일본 정부가 중앙 차원에서 고독사 실태를 공식 집계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어서, 일본 사회가 직면한 ‘초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기간에만 자택에서 사망한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약 1만 7천 명이었다. 이는 전체의 78%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로, 고독사가 고령층에 편중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도쿄 아사쿠사에서 본 스카이트리(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없음) ⓒ포인트경제 박진우 특파원 도쿄 아사쿠사에서 본 스카이트리(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없음) ⓒ포인트경제 박진우 특파원

고독사 문제는 일본에서 이미 일상적인 사회 이슈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사망 후 시신이 뒤늦게 발견되어 심각하게 부패한 사례가 종종 보도되며, 이러한 모습은 사회적 충격을 주곤 한다. 고독사의 근본 원인은 고령화와 가구 구조 변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에 있다. 이에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고독사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일본 정부는 고독사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고독사·고립사 실태파악 워킹그룹’을 설치했다. 이후 이 워킹그룹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 경시청이 전국적인 규모의 데이터를 수집·발표했다.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갈무리 (포인트경제)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갈무리 (포인트경제)

조사 결과, 1인 가구로 생활하던 사람이 생애 마지막 순간을 홀로 맞이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졌으며, 이는 가족 제도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혼하지 않으면 고독사한다”는 식의 통념과 달리, 실제로 고독사 사례 상당수가 과거에 결혼 생활을 했던 기혼자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 75세 이상 고령층은 대다수가 결혼 경험이 있는 세대임에도, 배우자와의 사별 등으로 결국 독거 생활을 이어가다 마지막 순간을 홀로 맞이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일본 인구의 노령화가 심화되면서 ‘최후의 순간, 결국 혼자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의 연간 고독사 규모가 한국의 약 20배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한국 역시 고독사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한국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이 고독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의 3378명보다 다소 증가한 수치이며, 남성·50~60대가 특히 고독사 위험에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럼에도 전체 사망자 대비 고독사 비율은 2021년 1.06명에서 2023년 1.04명으로 약간 줄었는데,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한 예방 사업의 효과가 일부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자료/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자료/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양국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일본의 경우, 연간 많은 고독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시청이 발표한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사망한 10만 2965명(잠정치) 중, 자택에서 사망한 고독사는 3만 7227명(36.2%)에 달한다. 이는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 가족과의 동거나 지역 공동체의 연대가 옛날만 못하다는 점 등은 한국과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양국 모두 “어떻게 살 것인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존엄 있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처리 사망자 중 자택에서 숨진 독거노인(잠정치) 2024년 상반기(1~6월)/일본 경시청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경찰 처리 사망자 중 자택에서 숨진 독거노인(잠정치) 2024년 상반기/일본 경시청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일본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고독사를 막기 위해서는 예방과 발견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노인 복지와 자살 예방 시스템의 유기적 연계, 고독사 이후의 처리 과정을 지원하는 제도 등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일본 정부는 2024년 이후 대대적인 노인 돌봄 체계 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날수록 행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법적·재정적 지원 방안도 과제로 떠올랐다.

한편 ‘고독사’나 ‘고립사’ 같은 표현이 주는 부정적 뉘앙스에 대해서도 논의가 잇따른다. 모든 죽음이 누군가와 함께할 수 없으며, 언젠가는 누구나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혼자 맞이하는 죽음’을 지나치게 비극적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스스로의 의지로 존엄한 최후를 맞이할 권리’라는 측면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개인이 생전부터 자신의 사후 정리를 맡길 수 있는 제도나 민간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다.

고독사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현실이 됐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머지않아 우리 사회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문제가 반드시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닐 것이다. 서로가 연결된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누구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고독사는 시대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이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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