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심영범 기자] 삼양식품 불닭의 기세에 주춤한 농심이 글로벌 유통망을 늘리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 2024년 영업이익 16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1%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0.8% 증가한 3조4387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1% 감소한 1천576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442억원으로 전년보다 133% 늘어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삼양식품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불과 2023년만 해도 농심과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이 각각 2120억원, 1468억원이었다. 이후 지난해 1분기 삼양식품은 영업이익 801억을 기록하며 614억원의 농심을 처음으로 앞섰다.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이 농심을 앞선 것은 지난 1998년 전자공시 이후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농심은 해외 시장 넓히기에 나섰다. 농심은 다음 달 암스테르담에 유럽 법인 ‘농심 유럽’을 설립한다. 네덜란드에는 유럽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로테르담항이 있고, 항구와 연계된 철도 등 육상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농심은 유럽 법인을 비즈니스 거점 삼아 라면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로 했다. 유럽 라면 시장은 2019∼2023년 연평균 12% 성장했고, 2023년 약 20억달러(2조886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 기간 농심의 유럽 매출은 연평균 25%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0% 늘었다.
농심은 영국의 테스코, 독일의 레베, 프랑스의 까르푸 등 유럽 유통채널에서 신라면 등 주요 브랜드의 판매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농심에 따르면 유럽 라면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0억 달러(약 2조8804억 원) 규모로 2019년부터 연평균 12%가량 성장해왔다. 같은 기간 농심의 유럽 매출은 2500만 달러에서 6010만 달러로 140.4% 늘었고 지난해에는 8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8% 증가했다.
유럽 라면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춰 법인을 설립해 유럽 내 농심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농심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유통매장인 테스코(영국), 레베(독일), 알버트 하인(네덜란드), 까르푸(프랑스 및 유럽 전역) 등에 주요 상품에 대한 판매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등 매운라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을 가진 농심 제품 라인업이 유럽시장 공략에 효과적일 것으로 분석된다”며 “주요 제품의 입점 확대와 현지 식문화 맞춤 제품 개발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2030년 3억달러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글로벌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부산에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설립한다.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2026년 하반기부터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연간 10억개로 현재보다 2배 증가하게 된다. 기존 미국법인(약 10억개)과 중국법인(약 7억개)을 합치면 연간 약 27억개의 글로벌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내수용 물량까지 더하면 총 60억개를 생산할 수 있다.
농심은 녹산 수출공장 설립을 발판으로 올해 초 판매법인 설립 예정인 유럽시장 확대는 물론, 향후 성장 잠재력을 갖춘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시장 진출도 확대할 방침이다.
농심은 지난해 10월 미국 제2 공장에 용기면 고속라인을 추가해 가동을 시작했다. 같은해 9월에는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멕시코에 영업사무실을 신규 오픈하기도 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출시한 신제품 신라면 툼바를 비롯해 라면 제품의 프로모션과 유통 채널 확대를 병행하며 수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농심은 이날 신라면 툼바가 호주 최대 슈퍼마켓 체인 울워스(Woolworths), 일본의 CVS 1위 유통업체 세븐일레븐 입점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각각 3월과 4월부터 해당 유통채널 전점에서 동시 출시된다. 울워스는 호주 전역에서 약 1100여개 매장을 운영, 유통시장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에 2만10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농심은 신라면 툼바가 올해 미국 최대 유통체인 월마트 온라인몰에 입점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6월부터 판매한다고 전한 바 있다.
농심은 지난해 프랑스 대형유통업체 '르끌레르'와 '까르푸'에 주요 라면과 스낵 제품 공급물량을 대폭 늘려 공식 입점했다. 두업체는 프랑스 유통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이를 계기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서남부 전역을 함께 공략하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 역시 현지 유력 거래선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하고, 올해 초 유럽에 판매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글로벌 콘텐츠 연계 마케팅도 강화한다. 현재 국내 신라면 툼바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에드워드 리 셰프를 미국 등 글로벌 광고에 활용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지에서 인기를 얻는 ‘틱톡 드라마’ 형식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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