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도시 혁신은 전 세계적으로 주민은 물론 위정자의 희망 사항이었다. 로마 시대 때도 상하수도를 설치해 도시를 혁신했고 제정 러시아 때 표트르 대제가 도입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혁신은 역사를 바꿨다.
그가 도입한 격자형 도로 구조, 넓은 대로, 공원 등의 요소는 서구식 도시 계획 개념으로 다른 러시아 도시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이후 모든 러시아의 도시는 표트르 대제의 도시 계획을 따랐다.
◇ 도시 브랜딩 혁신의 걸림돌
이처럼 도시 혁신은 곧 도시만의 고유한 브랜딩으로 이어진다. 현대에 있어 도시 브랜딩의 필수요건은 무엇보다 주민참여가 우선이다.
주민이 도시 브랜드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지역 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의(民意) 수렴의 기본 원칙이다.
주민참여는 도시 브랜드에 대한 신뢰성과 진정성을 높이고 자긍심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도시는 시민 참여 공모전과 같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주민 참여로만 선정된 도시 브랜딩 이미지는 활용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충분한 전문성과 전략적 접근이 결합하지 않은 이미지는 도시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시 브랜드 개발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주민 참여가 부족하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모든 책임이 용역업체에 맡겨지면서 지역 사회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자문단과 심사위원단이 마케팅 및 홍보 전문가로만 구성돼 브랜딩 전문가가 배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문적 의견이 부족해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필자는 이러한 사례를 오랫동안 봐왔다.
정치 논리의 개입도 큰 문제였다.
새로 선출된 단체장의 강한 의지가 전임 단체장의 치적을 지우려는 압력으로 작용해 신중한 계획 수립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의사결정 과정 또한 공무원의 눈치를 살피는 문화와 비전문가의 개입으로 인해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디자인 작업에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음으로써 급조된 결과물이 나오고, 주민에게 로고와 슬로건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 역시 철학의 부재로 좋지 않은 선택지가 나올 때가 많다.
부족한 협력 구조 역시 문제다. 디자인 용역업체와 공무원, 자문단·심사위원 간의 협력이 약해 상호 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민과의 소통 방식이 일방적이라는 점은 주민 불만과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점은 도시 브랜드 개발의 성공적인 진행에 장애물이다. 향후 지속해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해결책은 도시 브랜드 개발에 디자인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도시의 특성과 문화를 분석해 효과적인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전문가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주민 참여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디자인적으로 다듬고, 도시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시각적 요소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도시의 개성과 가치를 일관성 있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
디자인 전문성이 결합한 도시 브랜딩은 궁극적으로 지역 사회의 자부심과 연대감을 높이고, 도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서울시의 새 디자인인 'Seoul, My Soul'이 나오게 된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서울시는 2022년 8월부터 '서울의 가치 찾기' 단어 공모전을 열고 시민이 생각하는 서울의 정체성을 도출했다. 이후 '브랜드 슬로건'을 개발, 4가지 안에 대한 1·2차 선호도 조사를 통해 63.1%의 지지를 받은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을 최종 선정했다.
또, 서울시는 지난해 2월, 15년 만에 새롭게 바뀐 서울을 상징하는 캐릭터 '해치'와 '사방신(四方神) 친구'를 공개했다. 해치 색상이 노란색에서 분홍색으로 변했고 귀와 팔, 꼬리에 쪽빛의 푸른색이 더해졌다.
이와 함께 사방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해치의 친구들도 새롭게 선보였다. 재앙을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신수(神獸) 해치를 중심으로, 사방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서울을 두루 살피고 시민의 의견을 들으며 소통한다는 의미다.
◇ 도시 브랜딩의 핵심 전략
도시 브랜딩은 마케팅 개념으로 볼 일이 아니다.
주민과 방문객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필수다.
첫째, 시각적 아이덴티티 개발이 필수적이다. 로고, 색상,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적 요소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브랜드를 쉽게 인식하고 기억하게 만든다. 즉, 시각적으로 도시의 특징을 잘 표현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플랫폼 활용을 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 웹사이트, 모바일 앱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해 도시의 스토리와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관광과 이벤트 활용은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문화 행사와 축제, 스포츠 이벤트 등을 통해 도시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도시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넷째, 지속 가능한 개발이 필요하다. 환경친화적인 정책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은 현대 사회의 요구에 부합해야 하며, 친환경적인 이미지는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주요 요소다.
다섯째, 파트너십 구축을 해야 한다. 기업, 정부, 비영리 단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통합적인 브랜딩 접근을 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쟁 분석과 성과 측정이 필요하다. 타 도시의 인지도 확보 전략을 분석해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발전시켜야 한다.
설문조사와 피드백을 통해 브랜드 전략의 효과를 평가하고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전략들은 도시 브랜딩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다.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도시 브랜드를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디자인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이러한 전략 실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디자인 전문가의 의견은 결과적으로 도시의 자부심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것이 곧 도시 혁신으로 가는 희망 로드맵이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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