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일 중증외상수련센터가 정부 예산삭감으로 존폐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다행히 서울시가 예산지원에 나서 급한 불은 꺼졌지만 외상분야 기피현상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중증외상센터는 응급의료센터의 상위개념으로 교통사고, 추락, 총상 등으로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 다발성골절·출혈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현재 국내에는 중증외상환자에게 365일 24시간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외상전용 전문치료 기관인 권역외상센터가 17곳 있다.
문제는 의료인력 규정을 맞추지 못해 정부 지원금을 온전히 받는 의료기관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한외상학회에 따르면 올해 외상학 세부 전문의 갱신 대상자 58명 가운데 12명만 자격을 갱신했다. 자격 갱신율은 20.7%로 지난해 47.6%와 비교하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무엇보다도 외상센터의 특성상 환자가 늘면 늘수록 적자 폭도 커지는 구조인데 그 부담은 해당 의료기관의 몫이다.
외상환자의 수혈이 대표적인 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불필요한 수혈 예방을 위해 2020년부터 수혈 적정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외상환자는 대량의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대량의 수혈을 진행했지만 심평원으로부터 예산삭감 고지서가 통보되기 일쑤인 것.
또 환자를 살리기 위해 진행했던 처치에 문제가 생기면 의사가 오롯이 배상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밖에도 복지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 인건비 지원 기준은 평균 1억3500만원인 반면 2020년 전문의 연평균 임금은 2억3600만원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다.
단국대학교 권역외상센터 허윤정 교수는 “단국대학교 외상센터에는 2020년 입사한 이래 단 한 명의 후배 의사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살리려고 시행한 기관 내 삽관 수의 수가는 4만 7000원인데 기관 삽관 후 사고에 대한 배상액은 5억원”이라고 한탄했다.
이에 의료현장에서 현재 전국 17곳의 권역외상센터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역외상센터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골든아워 내에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
권역외상센터뿐 아니라 심뇌혈관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46억원을 들여 문을 연 인천의료원 심뇌혈관센터 역시 의사 구인난으로 제대로 된 운영이 힘든 상황이다. 현재 심뇌혈관센터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파견된 의사가 한시적으로 진료를 맡고 있으나 3월 이후에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인천의료원은 의사 2명을 뽑으려고 하고 있으나 예산 한계로 2명만 채용이 가능해 12시간씩 근무해야 하는 조건이어서 선뜻 지원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판순 인천시의원(국민의힘)은 “많은 돈을 들여 장비를 마련해 센터를 만들었고 환자들도 찾고 있지만 정작 전문의가 없다”며 “시와 인천의료원은 전문의 처우 개선은 물론 센터의 운영 방법 등을 바꿔 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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