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의 국회의원 체포와 국회 단전 지시에 관한 진술이 엇갈리면서 여야가 서로를 향해 회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곽 전 사령관을 초기부터 회유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김 단장의 진술이 최근 달라진 것은 국민의힘이 회유한 증거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성일종, 민주당 '곽종근 회유' 의혹 제기
김현태 "곽 사령관, 민주당에 이용 당해.. 가스라이팅"
곽종근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후 국회 청문회와 검찰 조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장 등에서 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문을 부수고라도 진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곽 전 사령관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성일종 의원은 12일 대정부질문에서 김현태 단장과의 면담 결과를 공개하며 지난해 12월 10일 국방위 회의 도중 박범계·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곽 전 사령관을 1시간 30분 동안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성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민주당 의원들한테 완전히 이용당했다고 생각한다" "곽 사령관이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단장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김 단장은 지난해 12월 10일 곽 전 사령관과 두 의원과의 면담에 동석했다며 "먼저 민주당 전문위원이라는 사람이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민주당이 지켜줄 것이다' 이런 말을 많이 했고, 이후 민주당 박범계·부승찬 의원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사령관 얘기를 노란 메모지에 쭉 기록했고, 한 번 더 해보라고 요구한 뒤 '아까 그렇게 안 했잖아요'라고 하면서 본인이 적은 문장으로 똑같이 하길 사령관에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이날 면담에서 부승찬 의원이 곽 전 사령관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지난해 12월 6일 민주당 김병주·박선원 의원이 곽 전 사령관과 인터뷰했을 때도 예상 질문지를 미리 줬고 답변도 함께 준비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단장은 곽 전 사령관이 검찰에서 작성한 자수서를 직접 봤다면서 '국회의원, 본회의장, 끌어내라'는 표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수서엔 '아직 국회 내에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잠시 쉬었다가 국회 안으로 빨리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빨리 데리고 나와라'라고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개인 의견이라 밝히며 곽 전 사령관이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민주당이 곽 전 사령관을 회유한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면서도 "사령관은 상황이 종료된 이후 부대와 부하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김병주 의원이 손을 내밀어 그 손을 잡았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민주당 의원들과 사전 만남이 진행되면서 본인은 사실을 말씀하신다고 하나 조금 왜곡될 수 있겠다고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날 김 단장은 비상계엄 당일 단전 조치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아니라 곽 전 사령관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자 사령관으로부터 철수 지시를 받아 실제 단전은 5분 이내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김 단장은 당시 계엄군의 국회 진입에 저항하던 민주당 보좌진 등 국회 관계자들이 군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몸싸움 이후 민주당 보좌관으로 생각되는 인원이 제게 자랑하듯 이야기했다"며 "마치 저희를 이용해 폭동을 일으키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단장의 증언이 전해지자 헌재 탄핵심판에 김 단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단장이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국회 지하 1층 단전 의혹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 사령관에 대한 민주당 의원의 회유 의혹에 대해 진상을 밝혔다"면서 "헌법재판소는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을 직권증인으로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민주 "김현태 증언 180도 바뀌어.. 국힘 회유 의심"
이에 대해 민주당은 김 단장의 증언이 바뀐 것을 볼 때 국민의힘이 회유를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김 단장은 지난해 12월 9일과 10일, '케이블 타이는 인원 포박용이었다'라고 증언했으나 지난 6일 헌재에서는 '문을 잠그는 용도였다'라고 말을 바꿨다.
또, 지난해 12월 9일에는 '김용현 장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야 한다라고 명확하게 말했다'라고 했으나 지난 6일 헌재에서는 '그런 지시는 없었다'라고 번복했다.
부승찬 의원은 14일 MBC라디오에서 김 단장의 진술이 오염됐다며 "누군가가 김현태를 회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을 이롭게 하는 진술을 한 것을 볼 때 민주당이 그렇게 회유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범계 의원은 13일 성일종 의원을 향해 "성 위원장은 내란행위와 관련해 중요한 증인인 김 단장을 (국회로) 부른 경위를 밝히라"며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성 의원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곽 전 사령관과 김 단장은 당시 저에게 양심고백을 한 바 있다. 김 단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회유를 받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도 17일 회의가 끝난 뒤 입장문을 내고 "정작 증언이 180도 바뀐 김현태 707특임단장을 국민의힘이 회유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그 누구도 회유한 적이 없다. 곽 전 사령관이 12월 10일 오후 우리 당 의원들을 만난 후 보다 구체적인 증언을 한 것을 두고 회유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12월 10일 오전 국방위원회에서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과의 두 번째 통화 사실만 인정하고 내용은 증언하지 않았는데 너무나 엄청난 내용이라 곽 전 사령관은 고민 끝에 정회시간에 민주당 측에 먼저 털어놓고 오후 국방위에서 윤석열이 '국회의원 끄집어내라'라고 했다고 공식증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종근 "민주당에 이용당하거나 회유당하지 않아"
곽 전 사령관도 14일 민주당에 "이용당하거나 회유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자필 옥중 입장문을 공개했다.
구속기소 상태인 곽 전 사령관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저는 지금까지 모든 것을 사실에 기초해 제 의사대로 판단하고 증언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 김병주·박선원 의원과 지난해 12월 6일 유튜브에 출연했던 점에 대해 "당시 12월 5일 국방위는 취소됐고 저는 12월 6일 오후 직무 정지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최소한 직책을 유지한 상태에서 설명드려야 부하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 박범계·부승찬 의원이 저를 회유하고 답변 연습시켰다는 것과 관련해 저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회유 받은 사실도 없고, 답변 연습을 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측으로부터 변호사를 지원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부승찬 의원 소개로 변호인을 만났는데 1시간 정도 얘기하고 선임계 제출 없이 끝났다"며 "변호사는 구속된 이후 제가 알아보고 선임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이러다가는 제 지시로 출동했던 부대원들이 모두 사법적 조치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위기감이 들어서 제가 사실대로 진술해야 그들을 보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관련 사실을 진실되게 말하기 위해 자수서를 작성하게 됐고, 12월 9일 검찰 조사 시 자수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본질은 12·3 당시 비상계엄의 상황과 사실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며 "제가 말씀드린 대통령님의 2차 통화 시 지시하신 (의원들 끄집어내라 등) 사항은 그대로다. 이를 수정하거나 철회하거나 할 일체의 그런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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