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여부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시간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세제 및 재정 지원 등의 합의된 내용만 우선 처리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1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법안 합의가 무산되면서 정치권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반도체 산업 경쟁 위해 주 52시간제 예외 필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반도체 연구개발은 근로시간 유연성이 필수적인데, 경쟁국들은 밤낮없이 연구하는 반면 대한민국은 민주당 때문에 52시간제에 묶여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성장과 기업 친화적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법안에서는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이재명 대표가 2주 전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에서 유연성 확보에 동의했으면서도 이제 와서 입장을 바꿨다"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기회주의적 행보"라고 비난했다.
또한 “경쟁 국가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기업 연구부서들의 75.8%가 성과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조사를 인용하며 “민주당이 강성 노조의 입장만을 대변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반도체 산업 지원 시급, 여야 합의된 내용부터 처리해야"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를 정쟁화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국민의힘이 주 52시간 예외 조항 없이는 어떤 것도 합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반도체 특별법 처리가 무산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정쟁을 우선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며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우선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성장과 분배가 상호 보완 관계이듯, 기업 발전과 노동권 보호도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며 "노동 총량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근로시간 조정이 가능한 방안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주 52시간 예외 조항 없이도 반도체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자위 민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국민의힘이 주 52시간제 완화를 내세워 사실상 근로기준을 후퇴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고집 때문에 중요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 반응 "경쟁력 확보 위해선 유연성 필요"
산업계에서는 주 52시간제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돌발 변수들이 많아 근무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며 "TSMC나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경쟁사들은 유연한 근로 환경을 통해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 완화가 장시간 노동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발전이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도 무시할 수 없다"며 "법과 제도를 통해 기업이 근로자를 과로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반도체특별법 논란은 단순한 법안 처리를 넘어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이념적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시간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노동자 보호를 고려하면서도 합의된 내용부터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안 처리가 미뤄질 경우 반도체 산업 지원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국회는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한 절충안을 도출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몽니
"몽니"라는 단어는 자신의 이익이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심술을 부리며 고집을 피우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해 "무책임한 몽니"라고 표현한 것은, 국민의힘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이 포함되지 않으면 반도체특별법 전체를 합의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즉, 반도체 산업 지원이라는 더 큰 목표를 두고 여야가 합의한 부분까지도 국민의힘이 고집을 부려 처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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