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가와 품목을 가리지 않고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한국 산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수출주도형 개방체제인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최근의 대미 무역 흑자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워낙 많은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짓기 위해선 우리 기업들이 한국에서 생산산 장비와 설비를 미국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이것이 우리의 수출로 잡히는데 따른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국 기업 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치권과 만나는데 이런 사실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미국 경제 발전에 얼마나 크게 이바지했는지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상호 관세도 검토
18일 산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때부터 모든 수입품에 부과하는 10∼20%의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취임 후 각종 관세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취임 직후인 이달 초 중국에 대한 추가 10%의 보편관세와 함께 무역이 활발한 이웃 나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대상 관세는 한 달간 시행을 유예한 상태지만, 두 나라에 공장을 운영하며 북미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한국 기업이 많아 국내 업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두 나라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기업들도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며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미 수출용 철강에 관세가 붙으면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또 철강과 알루미늄을 쓰는 자동차, 가전 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를 대부분 철폐해 당장 상호 관세 표적국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관세 압박과 맞물려 글로벌 성장세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트럼프 정부 발 태풍의 정중앙에 위치한다는 게 문제다.
트럼프 정부 2기의 중국 견제는 첫 집권기보다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제품에 60% 이상의 징벌적 관세율을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집권 1기 시절인 지난 2018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3%였던 대중 관세를 22%까지 올리면서 미국시장에서 중국 상품의 위치를 크게 꺾어놓았다.
중국과 경합하는 일부 품목에서 한국산 제품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한국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 등 방미 경제사절단...관세 압박 최소화 ‘숙제’
이제 관심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제대로 대응하느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국 기업 대표단이 워싱턴을 직접 방문해 미국 정치권과 만나 관세 압박 무력화에 나선다. 한국 재계가 미국 경제 발전에 얼마나 크게 이바지했는지 강조하고 앞으로의 경제 협력을 위한 아이디어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 회장을 대표로 하는 대한상의 경제사절단이 19·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사절단엔 최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성 김 현대자동차 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원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등이 참여한다.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조선·에너지·정보기술(IT) 플랫폼 등 한미 경제 협력의 핵심 산업 대표들이 두루 포함됐다는 평가다.
경제사절단은 19일 워싱턴 미국 의회도서관 본관인 토머스 제퍼슨 빌딩에서 '한미 경제의 밤' 행사를 열면서 미국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내각 주요 인사 등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설명하고 주요 투자 주 관계자와는 따로 면담했다. 20일엔 백악관을 직접 찾아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해 재계와 미국 행정부 간 소통 채널을 뚫고 앞으로 어떻게 논의할지 그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 소통에 대한 재계의 핵심 전략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적극 실시해 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은 트럼프 1기 '바이 아메리카' 약속을 적극 실천한 대미 투자의 모범 국가이자 우등 기업임을 적극 강조했다"고 말했다.
“미국 일자리 늘리려 무역 흑자냈는데 고율 관세는 부당”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683억달러)의 50.8%가 미국일 정도로 대미 의존도가 높다. 작년 우리나라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은 556억6508만달러(약 80조원)로 트럼프 정부 1기 마지막 해였던 2020년(166억2364만달러)에 비해 3.3배 증가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에 이런 대미 무역의 흑자 배경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사실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됐을 때 우리가 미국 진영을 택하면서 대중국 무역 흑자가 크게 줄어들고 대미 무역 흑자가 크게 늘어난 데서 기인한다.
특히 최근의 대미 무역 흑자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워낙 많은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짓기 위해선 우리 기업들이 한국에서 생산산 장비와 설비를 미국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의 수출로 잡힌다. 또 미국 공장을 가동하려면 중간재의 일부를 한국에서 가져가아 하는데 이것도 수출이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 일자리를 늘려주는 설비투자를 너무 많이 해서 무역 수지 흑자가 늘어난 것인데 트럼프 정부가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역수지 통계만 갖고 우리 산업계를 제재한다면 우리 입장에선 억울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2일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한국무역협회와 수출입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21년부터 작년까지 대미 무역흑자의 71% 이상이 현지투자에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무역흑자의 상당액을 미국 현지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관세 부과 예외를 주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짓고 우리 설비를 보냈기 때문에 대미 수출액이 증가한 것이 정확한 사실”이라며 “미국의 현지 일자지를 늘려준 우리에게 고율의 관세로 화답한다면 이건 공정한 무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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