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인텔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반도체의 상징인 인텔이 사업 부문별로 분리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2기 행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TSMC 측에 인텔과의 협력 방안을 제시했으며 TSMC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협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구체적 구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TSMC가 인텔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미국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과 함께 인텔 공장에 투자하고 미국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만 언론 중국시보는 미국 정부가 TSMC에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미 정부 및 기업과의 인텔 파운드리 출자 ▲TSMC가 인텔의 미국 고객사 관련 패키징 주문 등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논의는 바이든 행정부 때도 추진됐지만 당시 TSMC는 이를 거절했다.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고객을 이미 확보한 TSMC 입장에서는 인텔과의 협력이 기술 유출 우려를 초래할 수 있어 실익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 거래를 적극적으로 성사시키려 하고 있다.
TSMC가 인텔의 반도체 제조 부문을 인수할 경우, 설계 및 마케팅 부문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간) “브로드컴이 인텔의 설계 및 마케팅 사업 부문 인수를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브로드컴과 TSMC가 공동으로 인텔 사업 인수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TSMC가 더 커지면 전 세계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견제하려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며 “삼성전자는 설계를 직접 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지난 3년간 이러한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TSMC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삼성은 세계 10위 반도체 기업 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삼성이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국 역시 삼성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평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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