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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생 극복 기대감에도 정부조직법 손도 못대”
인구부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저출생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 부처로 신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인구부 신설을 핵심 정책과제로 선정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인구부를 신설하고 부처별로 인구정책 및 일·가정 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을 보강하는 차원이다.
더욱이 합계출산율도 모처럼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2024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신생아 수)은 0.74명으로 전망된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가정 양립 오찬 간담회에서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24년에는 9년 만에 첫 반등을 보이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으나, 아직 일·가정 양립을 위해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 대행도 저출생 대책에 골몰하는데 여야는 부총리급 정부기관 신설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여야 이견도 없어 올해 부처 신설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으나 탄핵정국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 관계자는 “9년 만에 출생률 반등으로 인구부 신설이 적기인데 정부조직법은 손을 못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출생 극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여야가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지만 탄핵정국에 부처 신설은 난망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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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대행 인구부 신설 필요성 에둘러 표현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인구부 신설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탄핵정국으로 제동이 걸렸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장 임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인구부는 부총리급 중앙행정기관으로 인구·출산·보육·돌봄·청년·주거·노인 등을 아우르는 행정부 서열 2위의 매머드급 부처로 신설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총리가 장관을 맡아 저출생·저성장을 극복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만큼 인선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인구부는 부총리 조직으로 임명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임명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해야하는데 그렇다고 차관급을 임명할 수도 없고 임명을 하더라도 당장 부처는 있는데 사람이 없어서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금 법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3개월 후 시행인데 거대 부처를 꾸리려면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대통령직속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가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특히 인구부 신설을 앞두고 올해 저고위 증액예산은 0원으로 파악됐다. 또 예비비로 13억원 밖에 없어 정책을 펼치기도 난망하다. 요즘 주 부위원장은 저고위가 주최하는 행사가 아닌 각종 기관이나 단체가 여는 행사에 참석해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챙기고 있다. 이가 아닌 잇몸으로 현장을 챙기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급기야 최 권한대행이 나섰다. 그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정책수요자인 워킹맘·대디,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및 가족친화인증기업 대표 등과 함께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작년 합계출산율 반등(전망)을 언급하며 정부의 개선점도 많다고 털어놨다. 인구부 신설을 에둘러 강조한 대목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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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민주당, 반응 안해” vs 野 “국힘, 제안도 없어”
탄핵정국으로 인해 정치권도 멈췄다. 인구부 신설이 주요 이슈에서 밀린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야가 인구부 신설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정부와 여당은 저출산 대책을 위해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작년 7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비협조로 진척이 없다”며 야당을 저격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여야가 이견 없이 공감대를 형성했고 인구부를 신설하기로 합의했으나 최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야당이 반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여야 지도부가 합의해야 행안위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당은 인구부 신설이 답보상태에 놓은 것은 여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행안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구두협의를 진행했으나 합의까지 이르지 못했다”며 “작년 이후로 여당에서 법안을 가지고 진행하자고 한 게 없다.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구부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인구부 신설안을 보면 부처를 만들때 생기는 국에 대한 설명도 못했다”며 “대통령직속으로 있던 (저고위) 정원이 70~80명인데 조금 늘린 수준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인구부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저출생과 관련된 전략을 짤 수 있는 권한, 전권을 줘야한다”면서 “예산은 기획재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정책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말로만 하고 기능은 안주면 자리만 만드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인구부 신설은 국가 존립,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정국이 어수선하지만 정치권이 서둘러 최우선 과제로 논의해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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