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이동통신 3사가 5G 시장 성장 둔화에 대응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주력하며 ‘탈(脫)통신’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알뜰폰 경쟁력 강화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이동통신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 확대와 점유율 규제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업계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올해 AI 사업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을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5G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고성장이 어려워지자 이통 3사는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컨택센터 등 신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클라우드, AI컨택센터, AI 비전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AI 관련 매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사업부문에서 시장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로 올해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AIX(인공지능 혁신) 사업부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는 상반기까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AI 데이터센터와 AI 컨택센터를 통한 수익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AI 인프라 강화를 통해 B2B 사업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KT는 AI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MS의 AI 서비스 ‘코파일럿’을 전사적으로 도입하고, 한국형 퍼블릭 클라우드를 출시해 B2B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KT 장민 CFO는 13일 컨퍼런스콜에서 “GPT-4 기반의 한국형 AI 서비스를 정치, 역사 등 다양한 정보를 포함한 형태로 개발 중이며, 2분기 내 출시할 예정”이라며 “올해 AI·IT 관련 매출을 두 자릿수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반면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알뜰폰 사업 활성화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지난달 SK텔레콤과 협의를 통해 알뜰폰 사업자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최대 52%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알뜰폰 사업자들은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또 도매대가 인하와 함께 대량 데이터 구매 시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정책도 도입됐다. 알뜰폰 사업자가 연간 5만TB 이상의 데이터를 선구매하면 도매대가의 25%를 추가 할인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1만원대 20GB 5G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스마텔 고명수 대표는 “알뜰폰 시장을 더욱 키워 프리미엄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와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 모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파세 문제, 단통법 폐지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에도 순조롭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알뜰폰 시장의 확장과 함께 점유율 규제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자회사와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SK텔링크(SK텔레콤 자회사),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KT 자회사),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자회사), KB리브모바일(KB국민은행 자회사) 등이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규제 도입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보호하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대기업 계열사를 배제하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지고 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 알뜰폰은 24시간 고객센터를 운영하지만, 영세 사업자는 저렴한 요금제에도 고객센터 이용이 어려워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실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은행과 IT 기업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라며 “대기업 계열을 규제하는 대신 통신 3사 계열사만 점유율 제한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 여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알뜰폰 시장이 이미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규제보다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경원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통 3사의 시장 과점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이 대형 이통사와 점유율에서 밀리지 않는 만큼 경쟁이 상당히 이뤄지고 있다”며 “알뜰폰 사업자들이 5G 시장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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