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의 돌봄 노동에 관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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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의 돌봄 노동에 관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연합뉴스 2025-02-17 08:52: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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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린의 창작오페라 '윙키' 초연…흡인력 있는 대본에 풍성한 음악적 상상력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디아뜨소사이어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창작오페라 세 편은 흥미롭게도 모두 인류가 처한 위기의 미래를 그렸다. 공혜린의 '윙키'는 인간과 인공지능(AI) 로봇 관계의 윤리적 문제, 이용주의 '지구온난화 오페라 1.5도 C'는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을 찾는 인류, 이지은의 '칼레아 부탈소로'는 환경파괴와 해수면 상승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첫 작품인 '윙키'가 지난 14~15일 강북문화예술회관의 583석 중극장인 강북소나무홀 무대에 올랐다.

15일 공연으로 만나본 '윙키'는 세계 어느 곳에서 공연해도 관객의 공감을 얻을 만한 소재와 음악을 선보였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가사도우미 요정 '윙키'에서 이름을 따온 듯한 오페라 주인공 윙키는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으로, 늦도록 밖에서 일하는 바쁜 젊은 부부를 대신해 가사를 전담하고 부부의 아기를 보살피는 역할까지 충실히 해낸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평온하게 보이던 어느 날 아침, 부부는 5개월 된 아기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윙키를 고발한다. 오페라는 윙키가 형사에게 취조받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비밀을 보여주면서, 윙키의 말과 행위와 사고를 지배하는 의인화된 '알고리즘'이 윙키와 대결하게 한다.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오페라 '윙키' 속 윙키와 '알고리즘'이 등장하는 장면 [디아뜨소사이어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AI 로봇이 아기를 키운다는 작품 소재 자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극에는 대한민국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가 들어있다. 동아연극상 희곡상 수상 작가 김도영의 동명 연극을 보고 공혜린이 작곡을 결심해 탄생한 이 오페라는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돌봄 노동의 특수성을 관객에게 숙고하게 한다. 자살이나 아기 살해를 상상할 만큼 산후우울증이 심한데도 오페라 속의 '아내'는 로봇에게 아기를 맡긴 것에 죄책감을 느껴야 하고, 로봇은 "돌봄 노동은 제가 다 할 테니 아기에게 사랑만(이라도) 주세요"라며 '무조건적인 모성애'를 의무인 양 요구한다.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오페라 '윙키'에서 윙키와 아이들이 등장하는 장면 [디아뜨소사이어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김도영의 흡인력 있는 대본과 효과적인 장면 배열에 공혜린은 풍성한 음악적 상상력을 결합했다. 2020년 오페라 '까마귀'로 주목받은 공혜린의 음악은 '윙키'에서 전작에 비해 깊이와 여유가 돋보였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변화하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음악은 매 장면에서 적절한 음형과 악기 선택으로 설득력 있게 포착했다. 취조실 장면에서 로봇다웠던 윙키의 기계적인 음악이 아기가 죽은 뒤 인간적인 음악으로 달라지는 과정, 아기의 죽음을 슬퍼할 때 지극히 서정적이고 감성적이었던 '남편'의 음악이 윙키를 버릴 때 기계적인 차가움으로 바뀌는 과정 등은 작곡가의 세심하고 치밀한 작업방식을 드러냈다. 각 인물에 부여한 음악적 모티프, 영롱하고 신비로운 음색을 지닌 하프, 첼레스타, 윈드차임 등 다채로운 타악기 사용은 대단히 감각적인 효과를 불러왔고, 질주하는 16분음표들의 속도감과 '라'음까지 올라가는 절규에 가까운 강렬한 고음은 전율을 일으켰다.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디아뜨소사이어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지휘자 박인욱이 이끈 코리아쿱오케스트라는 이 새로운 음악과 하나가 되어 관객의 몰입을 도왔다. 시시각각 변화하며 반짝이는 음악은 오케스트라에 의해 손에 잡힐 듯 구체화됐다. 오페라스테이지제이케이(JK), 봄빛극장, 프리마싱어즈어린이합창단이 함께한 연합합창단은 주역들과 노래를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드라마 진행에 참여하는 역할을 해냈다. 합창 장면은 매번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집중도를 높였다.

윙키 역의 소프라노 장은수, 아내 역의 소프라노 김수정, 남편 역의 테너 유슬기, 형사 역의 바리톤 서진호, 알고리즘 역의 베이스바리톤 이준서, 이 모든 주역은 가창과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아쉬움이 거의 없는 탁월한 적역이었다.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오페라 '윙키' 공연 장면

[디아뜨소사이어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극음악 예술연구단체 '디아뜨소사이어티'가 제작한 '윙키'의 연출가 양수연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붙은 10개 장면 무대를 빠른 속도로 전환하며 드라마에 다채로운 색을 입혔다. 한 몸이었던 윙키와 알고리즘이 분리되어 대립하는 장면에서 양수연의 연출 아이디어는 특히 빛났다.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이렇게 몰입이 잘 되는 창작오페라는 처음입니다.", "해결하지 못한 의문이 많아 오래오래 되새겨볼 것 같아요." 관객들의 만족도는 이처럼 매우 높았다.

rosin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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