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LA 산불 영향에 진화용 헬기 '귀하신 몸' 돼
충북도, 궁여지책으로 월단위 계약…소방헬기 교체도 차질 우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봄철 산불조심 기간을 앞두고 산불 진화용 헬기가 '귀하신 몸'이 됐다.
17일 충북도에 따르면 올해 산불 진화용 헬기 4대(대형·중형 각 2대)를 운용하기로 하고 최근 민간헬기 업체 2곳과 대형 1대, 중형 2대에 대한 연 단위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나머지 대형헬기 1대는 연 단위 계약 대상을 찾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한 업체와 다음 달까지 월 단위 계약을 맺었다.
헬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국적인 임차헬기 부족난 때문이다.
올해 전국의 산불 진화용 민간헬기 수요처는 총 82곳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국내 민간업체가 보유한 헬기는 정비로 운용이 불가하거나 소방·화물 등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요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진화용으로 공급 가능한 헬기가 작년보다 10대 이상 줄었는데, 올해 신규 도입 예상 대수는 5대 이하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헬기 공급이 끊긴 데다가 최근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의 대형 산불로 미국에서의 헬기 반출도 금지되면서 국내 임차헬기 부족난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계획보다 헬기를 3대까지 확보하지 못한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 도는 월 단위 계약을 맺은 업체와 3월 이후 계약 연장을 긍정적으로 논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산불 진화나 인명구조에 쓰이는 소방헬기 교체 작업도 비슷한 이유로 난관이 우려된다.
충북도 소방본부가 보유한 소방헬기는 단 1대로 2005년 도입된 기종이다.
탑승 가능 인원은 10명, 담수 용량은 545ℓ의 소형 헬기인데 제작사가 생산을 중단하면서 정비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소방청은 2028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절반씩, 총 300억원을 들여 충북에 중형급 헬기를 새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헬기가 귀해지자 제조사들이 가격을 인상할 조짐을 보이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일부에선 기대했던 체급의 헬기를 도입하기 위해선 수십억원 이상의 예산을 추가 확보하거나 당초 예산에 맞는 기종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 특정 기종의 헬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고 계획된 예산에 맞춰 하반기 중 매입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라며 "소방헬기 신규 도입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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