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적용이 현실화하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저성장 국면속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가 절실한 가운데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으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미뤄지면 경기 부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만큼 25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결론에 관심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상호관세 부과 공식화
지난 13일(미국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관세 및 비관세 장벽과 조치를 고려해 ‘상호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는 미국이 수출하는 수출품에 부여되는 관세와 동일한 관세를 수입품에 부과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상(FTA)을 체결해 수출품에 사실상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과 관련해 비과세 부분도 고려하기로 한 만큼 우리나라도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은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일 국내 가계부채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이 둔화함에 따라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장기간 지속되던 긴축정책에서 벗어나 완화로 방향을 틀었던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 상황과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한은이 또다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1월 금리를 동결했다.
◇KDI, 성장률 전망치 하향 …“기준금리 인하 필요”
국내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서둘러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실기할 경우 경기부양이 더욱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6%로 0.4%포인트(p) 낮췄다.
이는 지난해 11월 0.3%p 하향 조정에 이어 두번째다.
이에 대해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을 하나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대내외 요인이 모두 반영됐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정책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지난해 11월의 전망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점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저성장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재정정책이 경기를 뒷받침해야 하지만 추경은 경기침체나 대량 실업이 발생했을 때 할 수 있다”며 “지금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있는지 보면 저희 판단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립금리를 대략 2%대 중반으로 생각하면, 지금 기준금리가 3.0%이기 때문에 적어도 2~3차례 정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 커지고 있지만 한은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통화정책 최대 변수로 떠오른 고환율 문제가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내리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강달러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환율에 물가 상승 우려까지…통화정책 전망 엇갈려
지난해 안정권에 진입했던 물가가 최근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5.71(2020년=100)로 전년동기 대비 2.2%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 2.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 2.0%를 기록한 이후 9월 1.6%로 떨어진 뒤 그해 12월까지 1%대를 유지하다 올 1월 다시 2%대로 진입했다.
고환율로 유가가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 올렸다.
지난해 고물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긴축정책을 실시한 한은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잡은 바 있다.
아울러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미국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압박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하원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은 상황에 있다”며 “제약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3월 금리 인하 뜻이 없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 발언은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로 집계돼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이 ‘나홀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차(현재 1.50%p)는 더욱 확대되고 이에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으로 셈법이 복잡해지자 2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했던 시장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1월에 미룬 기준금리 인하를 2월엔 할 것”이라며 “트럼프 변수로 결정이 쉽지 않겠지만 결국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고 내다봤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경기를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환율 부담에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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