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정부와 국내 IT업계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생성형AI ‘금지령’이 떨어졌다. 정보 유출 우려를 비롯한 보안 및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함에 따른 어쩔 수 없다는 조치이지만, 일각에서는 보안문제뿐만이 아닌 한·미 양국 시장간 이해관계가 더욱 밀접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정부 및 IT업계에 따르면 국방부와 외교부,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중앙부처가 외부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에서 딥시크 접속을 제한했다. 또한 중앙부처 외 17개 시·도에도 ‘AI 관련 보안 가이드라인’이 발송됐다.
정부는 일단 딥시크에 대한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딥시크에 질의한 개인정보 수집·처리 등에 대한 불투명한 부분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일시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딥시크 본사에 데이터의 수집·처리 방식, 정보 보호 정책 등 핵심 사항을 공식 질의했다”며 “동시에 중국과의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한 협조도 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딥시크에 대한 금지조치는 국내뿐만 아니라 호주·일본·대만 등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 정부가 소유한 기기에서 딥시크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앱 마켓 내 다운로드 자체를 막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올리고 있는 미국은 해군과 항공우주국(NASA) 등 일부 연방기관이 이미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며 대응에 나섰다.
딥시크 이용 금지 조치가 확산하면서 각 산업 분야에서도 이를 따르는 추세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IT관련 기업군에서는 접속 차단은 물론, 자국 및 자사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먼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딥시크의 안전성 논란 직후 곧바로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인 ‘가우스’와 ‘엑사원’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딥시크 이용을 금지하는 권고를 내렸다. 네이버와 SK텔레콤도 외부 서버로 회사 데이터가 넘어갈 수 있는 AI의 이용을 막고 있다. 카카오 역시 임직원들에게 딥시크 이용을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통신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는 딥시크 주소 접근 자체를 원천 차단했고, KT 또한 빅데이터·AI 파트너십을 체결한 MS의 ‘코파일럿’만 접속을 허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코드를 공개하는 ‘오프소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중국에서의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딥시크 자체의 취약한 보안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서비스 역시 보안이 허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 등 각종 안전성을 이유로 ‘딥시크’ 금지령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저비용 AI’라는 특성으로 인해 딥시크를 찾는 소규모 개발자들과 일반 이용자들은 여전히 늘고 있다. 정보 유출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를 대신할 ‘가성비’ 서비스가 아직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계속 거론되고 있는 보안 안전성 문제 역시 명확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차단 조치가 실제 이용에 대한 보안 이슈로 인한 것이 아닌, 기업과 정부 간 일종의 이해관계로 인한 선택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기업들의 행보와는 달리 시장에서의 딥시크 인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딥시크 최신 모델(R1) 출시 직후 같은 달 31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157개 국가와 지역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PC 등 온라인 상에서의 이용률도 큰 폭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인터넷 트래픽 모니터링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딥시크의 웹 기반 트래픽은 전주에 비해 615% 급증한 4900만건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방문자 수도 한 달 전 약 30만건에서 지난달 27일에는 3340만건으로 폭증했다. 이는 구글 AI 서비스 제미니의 하루 방문자수 1000만건을 3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웹사이트 분석에서도 최신 데이터를 집계 결과 딥시크의 1월 평균 일일 활성 사용자(DAU)가 22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중화권과 글로벌에서 모두 엄청난 이용률 상승폭을 보였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와 딥시크는 성명을 통해 보안 안전성과 관련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딥시크 측은 “최근 딥시크와 관련된 일부 위조 계정과 근거 없는 정보가 대중을 오도하고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딥시크 AI모델 서비스를 받으려면 홈페이지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앱을 다운받아야 한다. 위챗의 공식 사용자 그룹 외 딥시크 공식 그룹과 관련된 모든 요금 부과행위는 허위이니 재산 손실을 피하도록 신중하게 판별해 달라”고 설명했다.
다만 딥시크와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딥시크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보안솔루션 기업인 시스코가 주요 6개 AI 모델을 대상으로 보안 위험을 평가한 결과 딥시크의 R-1이 최하위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평가 모델에는 오픈AI의 ‘o1’과 ‘GPT 4o’, 구글의 ‘제미나이 1.5’, 앤스로픽의 ‘클로드’, 메타의 ‘라마 3.1 405B’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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