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 코앞인데 강제퇴근"…주 52시간에 발묶인 K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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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기 코앞인데 강제퇴근"…주 52시간에 발묶인 K칩

이데일리 2025-02-17 05: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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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영환 김세연 기자]“연구개발(R&D) 부서는 정해진 데드라인(마감)에 따라 움직여요. 그런데 주 52시간 제한이 걸려 있으면 납품일을 제대로 못 맞추죠.”

국내 한 반도체 장비업체의 B 이사는 최근 주 52시간 예외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 논의를 두고 이렇게 토로했다. 수주받은 프로젝트를 제때 수행하려면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분명 존재하는데, 획일적인 주 52시간 규제 탓에 고객사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의 쌀’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전자기기, 자동차, 로봇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칩 공급이 자꾸 늦어지면 산업 판에서 금세 소문이 돈다.

게다가 지금은 중국의 기술 굴기와 미국의 부활 의지 등 반도체 이중고(二重苦)와 마주하고 있다. B 이사는 “지금 한국 기업들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연구개발(R&D)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주요 기업 연구부서 4곳 중 3곳은 주 52시간제 탓에 R&D 성과가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6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는 20일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열고 반도체특별법 등을 논의한다.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산업계의 요청은 생사가 걸려 있다시피 한 정도다. 또 다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부품업체의 C 대표는 “6시 땡 하면 퇴근하는 문화가 너무 굳어졌다”며 “(주 52시간제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특별연장근로 같은 제도는 전혀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일을 더 해야 하는 경우 미리 날짜와 시간 등을 매번 정부에 신청해 승인받아야 하는 탓에, 현실적으로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대기업들 역시 시대착오적 규제에 신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고 있는데, 월말로 갈수록 근로시간을 초과해 출근이 어려운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다른 반도체 기업의 한 임원은 “시차가 다른 미국의 고객사들은 한밤중에도 실시간으로 설계 수정 등을 요청한다”며 “지금 같은 제도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를 보면, 주요 기업 연구부서들의 75.8%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R&D 성과가 줄었다”고 답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특별법 제정과 함께 △노사 합의를 통한 자율적 관리 △근로시간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의 유연한 규제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훈 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이사는 “반도체 등의 R&D 부문은 유연한 근로시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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