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청은 1년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에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는 현재 중국 정부가 지목한 수배 대상 반체제 인사가 됐다.
성가대원에서 민주화 운동가로 변신한 클로이는 지난해 12월 홍콩 경찰이 자신을 체포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에게 약 1억 4000만원(미화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원래는 학교를 졸업하고 한 1년쯤 쉬려고 했어요."
현재 런던에 거주 중인 19세의 클로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현상금이 걸린 신세가 됐네요!"
클로이는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중국이 제정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 19명의 활동가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클로이와 가족은 2021년 홍콩인을 위한 특별 비자 제도를 통해 영국으로 이주했다. 이제 고향인 홍콩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여행을 갈 때도 신중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중국 정부로부터 '도망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우리가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지하 카페에서 클로이를 만났을 때, 이 사실은 더욱 실감이 났다. 중세 영국에선 교회가 체포를 피하기 위한 피난처 역할을 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클로이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 사용된 사진은 클로이의 11살 때 사진으로, 정부가 확보한 유일한 사진이었다.
"처음엔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하지만 클로이는 이후 공개적 대응을 시작했다.
"제가 겁먹었다고 정부가 생각하지 않길 바랐어요. 홍콩에 남아 있는 홍콩 시민들이 더 이상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홍콩 밖에서 저처럼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클로이는 2019년 홍콩 시위 초기, 학교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시위에 나섰다. 당시 대규모 시위는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여겨진 법안에 인해 촉발됐다. 홍콩은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이후 반자치 지위를 유지해 왔다.
"그전까지 제 삶에 정치라는 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첫 시위에 나간 것도 그냥 궁금해서였죠." 그가 말했다.
하지만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모습, 그리고 한 경찰관이 시위자의 목을 밟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클로이는 당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순간이 제 세계관을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클로이는 중국의 일부이면서도 많은 자유를 유지해온 도시 홍콩에서 자랐다. 그는 홍콩 시민들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홍콩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당국의 폭력적인 탄압을 겪으며 그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개달았다. 이후 그는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처음엔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
"당시엔 부모님께 말하지 않았어요. 정치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상황이 "정말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클로이는 부모님이 함께 시위에 나가도록 설득했다.
부모님과 함께 행진할 때 경찰은 그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았고, 이들은 급히 지하철로 대피해야 했다.
클로이는 "부모님은 그날 날것 그대로의 경험을 하셨다"며 TV를 보며 시위대를 비난할 때와는 다른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2020년, 몇 달간의 시위 끝에 중국은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만들었던 표현의 자유, 정치 집회의 권리 등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시 내 민주주의의 상징들도 사라졌다. 조각상은 철거됐고, 독립 신문들은 폐간됐으며, 기록은 지워졌다. 교사에서부터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지미 라이 같은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던 인사들은 재판을 거쳐 결국 감옥에 갇혔다.
중국의 탄압이 심해지자, 영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제도인 영국해외시민(BNO) 비자를 도입했다.
클로이의 가족은 이 비자를 가장 먼저 받은 사람들에 속했다. 그들은 가장 저렴한 에어비앤비를 찾을 수 있다는 이유로 영국 중부 도시 리즈에 정착했다.
클로이는 학기 중간에 중학교 졸업시험을 치러야 했고, 그마저도 팬데믹 봉쇄 기간 동안이었다.
처음엔 그는 외로움을 느꼈다.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웠고, 영어 실력도 부족했다. 주변에 홍콩 출신도 거의 없었다.
연간 약 3400만 원(2만 파운드)이 넘는 국제학생 등록금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클로이는 홍콩 자유 위원회라는 민주화를 옹호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2023년, 중국 정부가 해외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 현상금을 걸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주된 타깃은 주요 활동가들과 야당 지도자들이었다.
당시 클로이는 아직 고등학생이었고, 자신이 목표물이 될 만큼 중요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해외 활동가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며 클로이를 명단에 포함했다.
그는 이 현상금이 자신을 감시 대상으로 만들고, 제3자들이 영국에서의 활동을 신고하도록 부추긴다고 말했다.
이번 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들을 침묵시키려는 가장 적극적인 국가로 지목됐다.
런던에서 공격을 당했다고 보고한 또 다른 홍콩 반체제 인사는 이를 중국 정부와 연계된 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영국 경찰은 홍콩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한 가정에 침입한 혐의로 세 명의 남성을 기소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중 한 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들은 홍콩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나를 이용하는 거예요."
클로이는 최근 몇 년간 해외로 이주한 많은 홍콩인들이 침묵을 지키는 이유 중 하나가 홍콩에 남아 있는 가족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BNO 비자로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안타깝지만, 그들을 비난할 순 없죠."
클로이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표된 날, 영국 외무장관 데이비드 램비는 "해외 정부가 비판자들을 강압, 협박, 괴롭히거나 해치는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 정부가 홍콩인들을 지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클로이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올해 초부터 영국 의회에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그녀는 다우닝가(총리 관저)에서 열린 설 행사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났으며, 야당 외무 담당인 프리티 파텔과도 면담했다.
이후 프리티 파텔은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영국 내에서 어떤 형태의 초국가적 탄압도 허용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클로이는 최근 영국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홍콩인들에 대한 영국 정부의 보호 조치가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요. 영국 정부가 정말로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보호하려 한다면, 과연 우리를 끝까지 지켜줄지 모르겠어요."
런던 거리에서 두려움을 느끼냐는 질문에 그는, 홍콩 내 정치 활동가들이 직면한 현실에 비하면 자신이 겪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담담히 답했다.
"홍콩에 남아 있는 활동가들이 겪는 상황을 생각하면, 솔직히 해외에서 현상금이 걸린 것쯤은 그렇게 큰일이 아니에요."
- 홍콩 반환: 앞으로 25년간 홍콩에 직면한 과제는?
- 사라졌던 홍콩 민주화 운동가가 돌아왔다
- 홍콩, 국가보안법상 국가 전복 혐의로 14명 유죄 판결
- 재판 앞둔 홍콩 민주화 운동가 47명…이들은 누구인가?
- 홍콩: 민주화 지도자들에 징역형 선고
- 홍콩 반환 25년: 깊어진 갈등의 골...5가지 주요 장면들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