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한' 미국의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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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한' 미국의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다

BBC News 코리아 2025-02-16 12:19: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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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리는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Reuters
마크 루비오 장관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향하던 중 비행기 이상으로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가 탄 비행기가 금이 간 전면 유리창 때문에 급히 회항했다. 뮌헨 안보회의로 향하던 중 이륙 한 시간 만에 되돌아온 것이다.

미국 외교 수장과 그의 고위 관리들, 그리고 동행한 기자들은 목요일 밤 워싱턴 DC 근처 앤드류스 공군기지로 다시 돌아갔다.

하지만 이러한 소동에도 불구하고 뉴스의 중심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유럽에서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연설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하는 어떤 평화 협정이라도 우크라이나가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동맹국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겠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이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요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 유지 역할은 미국이 아닌 유럽 군대가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일부 공화당원을 포함한 비판론자들은 이 연설이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의 모든 협상력을 빼앗아버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사실상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이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유럽 외교협의회 공동 의장이자 스웨덴 전 총리인 칼 빌트는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큰 양보를 먼저 해버리는 것도 하나의 '혁신적인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EPA
피트 헤그세스는 과도하게 러시아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다음날, 헤그세스 장관은 자신의 발언 일부를 철회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사이에서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모든 선택지가 여전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해명했다.

"무엇을 허용할지, 허용하지 않을지는 자유 세계의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에 달려 있다"고 헤그세스 장관은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단순히 현실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모스크바에 과도한 양보를 했다는 비판을 부인했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비행기 고장으로 인해 뮌헨 도착이 지연됐다. 그가 도착하기 전, 그의 측근들은 이번 출장에서 미국이 우선적으로 다룰 사안들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들은 미국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유럽 국가들이 이를 위해 "지속적인 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지도자들은 오는 월요일 파리에서 긴급 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자국들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루비오의 입장은 헤그세스와는 전혀 달랐다. 여기에 더해 JD 밴스 부통령은 독일 뮌헨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백악관 집무실에선 헤그세스 장관의 연설로 촉발된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제기됐다. 한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를 "초보적인 실수"라고 비판하며, "마치 친푸틴 평론가가 쓴 것 같은 내용"이라고 한 것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헤그세스 장관이 어떤 발언을 할지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로 그렇다, 대체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헤그세스와 이야기해보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Reuters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자신의 입장에 반대하지 않는 한 각료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내비두는 전략을 편다는 해석도 있다

사흘간 이어진 혼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그의 공약에 대해, 그리고 그의 행정부가 외교 정책을 어떻게 구상하고 전달하는지에 대해 주요 단서를 보여줬다.

내용 면에서 보면, 헤그세스 장관의 연설과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우호적인"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히며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장문의 성명은 유럽 주요국에 충격을 안겼다. 헤그세스 장관이 뒤늦게 발언을 정정하려 했지만,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전쟁을) 빨리 끝내려는 시도는 어떤 식이 됐든 곧 더러운 거래입니다." 유럽연합 외교정책 대표 카야 칼라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 정책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뮌헨에서 벌어진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해석하고 전달하려는 고위 관리들의 시도로 보였지만, 그 과정에서 때때로 폭탄발언이나 모순적인 발언들이 나왔고, 일부는 이후 번복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이것이 내부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새 행정부가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혼선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리들로 하여금 최종 결정만 충성스럽게 따르는 한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두는 전략을 의도적으로 펴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후자일 경우, 트럼프는 다소 혼란을 초래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대통령과 의견이 충돌하거나 그를 반박한 고위 관리들이 대거 해임되거나 사임한 바 있다. 세 명의 국가안보보좌관, 두 명의 국방장관, 그리고 한 명의 국무장관이 그랬다.

그래서인지 이번 정부에선 인사 기조가 상당히 달라졌다. 그의 행정부는 무엇보다 '충성심'을 강조하는 인사들로 채워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그러한 사례다. 그는 군이나 정부 기관을 운영한 경험이 전무하며, 과거 폭스 뉴스 주말 진행자이자 전직 방위군 소령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방식과 정책 노선에 강하게 동조하는 인물이다.

그의 인선은 논란이 됐고, 상원 인준도 가까스로 통과됐다. 공화당 상원의원 세 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찬반이 50대 50으로 맞서자 부통령 JD 밴스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가까스로 인준이 확정됐다.

나무로 무기를 위장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
EPA
이와중에도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선 러시아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협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괜찮다"며, 이 문제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표현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대통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의 입장을 더욱 분명하게 전달한 것이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기보다 강화하려는 유럽 측의 기대와 충돌했다.

문제는 미국의 외교 정책이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그 자체로 하나의 특징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

이른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이라 불리는 외교 전략은 공화당 출신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사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강력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동맹국을 더욱 결속시키고, 적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일부 관리들이 대통령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 안에서 다소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하지만 '미치광이 이론'이라는 이름이 시사하듯, 이 전략은 잘못된 계산이나 실수를 초래할 위험도 크다. 현재처럼 이미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국제 정세에서는 더욱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가자지구 관련 구상도 혼선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모두 내보내고, 미국이 소유하는 "중동의 리비에라"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했다.

그의 보좌진들은 이를 "일시적인 이주"라고 정정하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오히려 "영구적"이며 "귀환권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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