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유럽에게 러시아와 중국보다 더 큰 위협은 "내부로부터" 온다고 주장했다.
밴스 부통령은 앞서 뮌헨안보회의(MSC)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는 기조연설의 대부분을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정부가 핵심 가치를 포기하고 있으며, 이민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그의 연설은 청중의 침묵 속에 끝났으며, 이후 회의에 참석한 여러 정치인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독일 국방부 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밴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유럽이 "자신들의 방위를 위한 노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번 주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평화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깜짝 발표한 가운데, 밴스는 "합리적인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연설은 안보 및 국방 논의가 중심이 되는 뮌헨안보회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문화 전쟁 이슈 및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의 핵심 주제들에 집중되었다.
그는 유럽연합(EU) 관료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으며, 유럽이 대규모 이민 사태의 원인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유럽 지도자들이 "가장 근본적인 가치들 중 일부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 외교정책 수장 카야 칼라스는 밴스가 "유럽과 싸우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 미국 러시아 대사 마이클 맥폴도 그의 발언이 "모욕적이며 객관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에 말했다.
밴스는 20분간의 연설에서 여러 유럽 국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으며, 영국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한 영국 육군 참전 용사가 낙태 전문 병원 앞에서 침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150m 이내의 접근 금지 구역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언급했다.
'접근 금지 구역'은 2022년 10월 도입된 규제로, 낙태 서비스에 대한 찬반 활동, 시위, 괴롭힘, 기도 모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밴스는 "종교를 가진 영국인들의 기본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치러질 중요한 총선을 9일 앞둔 가운데, 밴스는 독일 주요 정당들이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인 '방화벽'(firewall) 정책을 비판했다.
독일에서는 나치 패망 이후 극우 정당과의 협력을 금기시하는 정치적 합의가 이어져 왔다.
밴스는 "민주주의는 국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신성한 원칙 위에 성립된다"며, "방화벽은 있을 수 없다. 당신이 그 원칙을 지키든지, 아니면 그렇지 않든지 둘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AfD의 총리 후보인 알리체 바이델은 이후 X(구 트위터)에 그의 연설 일부를 공유하며 "훌륭한 연설"이라고 칭찬했다. 독일 공영방송 ZDF에 따르면, 두 사람은 연설 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국방장관 피스토리우스는 자신의 연설에서 밴스를 직접 겨냥하며 "유럽 전체의 민주주의가 미국 부통령에 의해 의문시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밴스는) 민주주의가 말살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이해가 맞다면, 그는 유럽 일부 지역의 상황을 권위주의 정권과 비교하고 있다. 이는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밴스는 또한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이 선거는 러시아 국가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기밀 해제된 문서가 공개된 후 무효화된 바 있다.
밴스는 "만약 몇 십만 달러의 외국 디지털 광고로 인해 당신의 민주주의가 붕괴될 수 있다면, 애초에 그 민주주의는 강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루마니아 총리 마르첼 치올라쿠는 "루마니아는 미국과 유럽이 공유하는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는 국가"라며, "모든 루마니아 당국은 시민들에게 자유로운 투표를 보장하고 공정한 선거를 조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X에 밝혔다.
밴스는 이후 회의장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별도 회담을 가졌다.
젤렌스키는 이 자리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 한편, 밴스는 "유익한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이번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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