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중국의 한국 정치와 부정선거 개입설' 등 극우진영의 '중국 음모론'을 발설하면서 한중간 외교적 갈등이 촉발될까 위태롭기 그지없다. 대통령이 외교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방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반중 정서'에 기반한 중국의 정치·부정선거 개입 주장을 지켜만 보던 중국측은 최근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尹 측, 헌재 변론에서 '반중·혐중' 정서 노골화...尹, 12.12 담화에서 "중국 간첩" 의혹 주장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정당화 근거는 부정선거 의혹과 야당의 국정 방해로 요약된다. 두 사안 배후에 야당과 중국의 결탁이 있다는 게 윤 대통령 측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지난 11일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처 변론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다.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중국이 부정선거의 배후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차 변호사는 신 실장에게 “중국 정부가 정치 공작, 가짜뉴스, 사이버전 등을 종합해 많이 사용”한다며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 개입을 위한 시도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신 실장은 “가정을 전제로 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전통적 전쟁방식에 정치공작과 심리전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 전쟁'이 새로운 국가 안보 위협으로 떠올랐다고 주장해왔다. 차 변호사는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국 관련 발언을 언급하며 "이런 친중적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게 되면 하이브리드 전쟁을 전개하기에 적절한 환경이지 않으냐"고 묻기도 했다. 또 "(중국 기업) 텐센트가 JTBC에 1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아느냐"며 "중국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이 투자하면 국내 미디어가 여론전에 활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 변호사는 신 실장에게 "(중국이) 기업, 교민, 중국 유학생을 통해 친중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거나 지지하는 여론을 확산하거나 선거에서 그 후보에 반대하는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뉴스를 퍼뜨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정치 개입까지 종종 발생하는 사례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실장은 "해외에서 그런 적이 있다는 보도는 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는 직접 국내에서 국가정보원을 촬영하다 붙잡힌 한 중국인 사례 등을 “간첩”과 연결 짓고, 야당이 집권하면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며 '중국發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윤 대통령 측은 이후 헌재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 땅을 중국과 북한의 식민지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고, 윤 대통령은 “(청년세대 연설에)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이 담겨 굉장히 감동받았다”고 하는 등 '혐중 정서'를 반복적으로 부추겨 왔다.
이같은 윤 대통령 측의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은 근거 없는 음모론을 토대로 계엄을 정당화하고 반중 정서를 가진 극우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 악화와 국제적 비난과 조롱을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한국 내정과 무리하게 연계 말라"
이같은 윤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 주장에 그간 중국은 한국의 내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지난 8일 처음으로 중국 배후설에 대해 언급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국 언론에 입장문을 보내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가 SNS를 통해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 왔다"며 "한국 국민들이 국내 문제를 잘 처리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의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즈(환구시보)는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신문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퍼뜨리는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설에 대해 "한국 극우보수가 조작한 정치적 술수이자 웃음거리"라며 "한국의 계엄령 이후 국민의힘 일부 당원들이 의도적으로 반중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요청에도 윤 대통령 측과 지지자들이 부정선거 개입설을 연일 퍼뜨리고 있자 외교부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재 탄핵심판에서 나온 말들에 대해 외교부가 코멘트하거나 공식 입장을 낼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그러면서 일부의 주장이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과 긴밀히 소통 중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매체 스카이데일리, ‘中요원 국내 선거 개입’ 등 공개적 경고 처분
한편 12·3 내란사태 이후 <중국공산당 전산조작 요원 99명 체포 및 국내 선거 개입> 등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 보도로 논란을 불러온 극우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중국공산당>
신문윤리위원회는 12일 제994차 윤리위원회를 열고 스카이데일리가 1월2일 온라인에 보도한 〈국가원로회 “中전산조작 요원 90명 체포 美정보요원에게 수사받는 중”〉, 1월16일 보도한 〈[단독]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 등 6건의 기사에 대해 ‘자사게재 경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위 운영규정에 따른 제재 종류는 주의-경고-공개경고 등으로 구분되는데, 자사게재 경고는 보통의 경고와 달리 제재받은 매체가 윤리위의 제재 내용을 일정 기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윤리위는 “스카이데일리의 기사들은 ‘중국공산당 전산조작 요원 99명 체포 및 국내 선거 개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이 같은 주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국내적인 정치·사회 분열 확산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중차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실제 스카이데일리의 해당 보도는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이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스카이데일리는 윤리위 결정에 따라 제재받은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다만 윤리위는 언론 자율심의기구여셔 징계에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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